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 교토 고다이지(高台寺)

by 재하

나쁜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이 왜 발생했는지 고민한 뒤 시원하게 내뿜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십 년이 지난 일에도 일상이 마비될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 오늘은 한참도 더 된 일이 느닷없이 떠올라서 온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 어느 순간엔 화가 너무 나서 숨이 안 쉬어질 정도였다. 이렇듯 십 년 전에 발생했던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올라 나를 괴롭히는데 생각날 때마다 화가 나서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


패턴은 똑같다. 사건이 생각나고 화가 나고 씩씩거리면서 울다가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고, 그 뒤에 또 어느 날 사건이 생각나고 화를 내며 울고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고. 몇 년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계속 생각나다가는 내가 마르고 말라 소멸될 것만 같아서 정면으로 마주해 보기로 했다.


벽에 등을 대고 가만히 앉아 그때의 일을 하나하나 곱씹기 시작했다. 아주 사소한 단어 하나까지 말이다. 그랬더니 사건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렇게 생각의 꼬리를 잡고 하루의 끝에 도달하자, 그때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알게 됐다. 드디어 말이다.


십 년 만에 이렇게 발전하게 된 이유는 재미있게도 능엄경 덕분이다.


능엄경은 마등가(摩登伽)의 사비가라주(娑毘迦羅呪)를 이기지 못해, 음실에 끌려갔던 아난이 부처님의 능엄주에 힘입어 구출된 이후, 어떻게 하면 성불할 수 있는지에 관해 물으며 전개되는 불경이다. 내용이 어려워서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칠처징심(七處徵心)만은 머릿속에 남아 있다.

부처님이 물으신다. 아난아,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


이 물음에 아난이 일곱 가지의 장소를 이야기한다. 처음엔 몸 안에 있다 하고, 아니라 하니 몸 밖에 있다 하고, 눈꺼풀 밑에 있다 하고, 내부의 어두운 곳에 있다 하고, 어떤 것과 합하는 곳에 있다 하고, 중간에 있다 하고 집착 없는 곳에 있다 한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모두 아니라고 하셨다.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는 능엄경에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아 우리가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眞)과 망(妄)을 구분하여 진은 보존하고 망은 버리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쉬운가. 절대 쉽지 않다. 그걸 알면 이 괴로운 세상에 갇혀 사는 윤회를 끝낼 텐데 말이다. 중생들이 이것을 너무 어려워하니, 아미타부처님께서 나무아미타불만 하면 윤회를 끊고 극락에서 살게 해 주신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능엄경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진과 망에 대해 이따금 생각한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허망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오랜 시간 가져가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화두를 잡고 있다 보니 내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 그래서 예전 일도 곰곰이 생각하게 되고 몰랐던 것들을 드러내서 정리할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십 년 전 일로 다시 돌아가 보면, 나는 당시에 해야 할 말을 못 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때 나는 그 일을 일으킨 사람과 내가 맞지 않아도 되는 유탄에 노출되게 만든 사람 모두에게 화를 냈어야 했다. 그런데 그 일을 일으킨 사람은 나와 전혀 모르던 사이였고 나를 노출되게 만든 사람은 나와 친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친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사건을 선명하게 바라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흐린 눈으로만 대했던 것 같다. 어쩌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일이 두고두고 생각나 나를 괴롭혔던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서 용기가 생긴 걸 수도 있고 좀 더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내가 지키고자 했던 것이 잘못된 신념에서 왔다는 것을 드디어 알게 됐고 그때 그 일은 정말 나쁜 행동이었다고 친했던 사람에게 말할 수 있게 됐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감추고자 했던 것을 드러냈으니, 이제 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있는데 올봄에 다녀왔던 고다이지(高台寺)가 생각났다. 일 년에 며칠 보지도 못하는데 그 며칠을 위해 수양벚꽃을 정성스레 키워내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인 사찰이었다. 그들은 좋은 것을 드러내기 위해 일 년 동안 노력하며 사는데, 나는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를 갉아먹고 살았다. 후회가 된다. 마음이라는 것이 결국 내가 버려야 할 망일터인데, 하루빨리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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