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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May 12. 2024

출산 후 다이어트

엄마의 이야기 2 : 의지를 다지며


  나는 계속 이야기해 왔듯이 모유 수유를 하고 싶었다. 모유 수유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유독 눈길이 가던 대목은 살이 쭉쭉 빠지더라는 부분이었다. 아마 아기를 낳고 한동안 새벽 수유까지 해야 하니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는 것이겠지. 그렇기에 꼭 모유 수유를 하겠노라 다짐하며 임신 기간 중 먹고 싶은 음식을 야무지게 먹었다. 과일은 말할 것도 없고 제일 당겼던 흰쌀밥에 빨갛고 매콤한 배추김치(그때 친할머니께서 대체 무슨 고춧가루를 쓰신 건지 실비 김치 따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디지게” 매워서 임신했던 내게 딱이었다), 속이 느글느글한지 연신 당기던 불닭볶음면까지. 찌는 살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임당을 비롯한 어떤 문제도 없이 건강했다.



  하지만 세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태어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당연히 모유 수유를 하겠거니 싶어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기에 퇴원 전에 부랴부랴 젖병이며 스크류며 젖꼭지, 분유를 주문해 친정으로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모유 수유를 위해 열심히 먹어서 살이 쪘던 나의 몸은 아직까지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10kg은 자연스럽게 빠졌는데 나머지 10kg은 나와 한 몸이 되었는지 노력으로 빼야 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기가 돌이 될 즈음에 (힘들어서) 나머지 살도 2~3kg을 남기고 자연스럽게 다 빠진다는 것 같지만 나는 왠지 안 그럴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임신 전의 체중과 비교했을 때 현재 체중은 몸에 부담으로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걸으면 발바닥이 아프다. 다행히 무릎은 아프지 않지만 계속 무게가 가해지니 이대로는 좋을 리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울퉁불퉁해진 몸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크다. 육아로 인해 밤만 되면 방전되는 체력도(당연한가) 좀 더 키우고 싶고. 완전 0%가 된 상태에서 잠드느냐, 체력을 10%라도 남겨놓은 채로 잠드느냐는 다음 날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체력이 늘면 여유가 생겨서 정신적으로도 괜찮겠지 싶고.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손목, 팔, 어깨, 목, 허리가 약해지는 것 같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물론 오른쪽 손목은 이미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지만.



  블로그에 적는 일기에는 연초에 다이어트 결심을 올린 바가 있지만 목표만 남고 세부 달성 항목은 흐지부지되었다.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운동을 할 체력도 시간도 없었다. 그리고 하루의 육아를 끝내고 나면 보상을 받고 싶었다(!). 맥주 한 캔이 그렇게 달 수가 없고 남편이 미니어처 양주로 말아주는 하이볼은 또 어떻고(지금은 술을 아예 끊었다). 어두컴컴한 방에 가만히 침대에 누워 소리를 끄고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건 왜 그리도 좋은지. 하지만 잠들고 싶지 않아도 눕기만 하면 순식간에 꿈나라 여행이다. 그리고 기상 시간이 당겨진 애월이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헛둘헛둘 되집기 운동을 하면 그때부터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이 글을 계기로 또 운동과 다이어트를 시작해 보겠다고 선언한다. 목표는 꾸준히 운동하면서 사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애월이의 돌잔치 전까지가 목표다. 남편에게 돌잔치 두 달 전까지 살을 못 빼면 우리 셋은 다 한복행이고(?) 살을 빼면 결혼식 때 입었던 2부 드레스에 1930년대 식 페이스 베일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원체 살이 찌지 않는 편인 남편은(결혼하고 찌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먹어도 찌지 않는 세상 부러운 특성) 아무 걱정 없이 뭐든 다 좋다고 한다. 둘째 때는 임신 중에 적당히 먹어서(?) 출산 후에 이런 고민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글 다 쓰고 저녁 준비하러 가기 전에 바로 오늘의 운동부터 해야겠다.



24. 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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