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그린 노 화가의 이야기

아버지 영전에 바치는 글과 전시회

by 백경자 Gemma

이 책은 저자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운명하셨을 부모님 영전에 바치는 글이라고 시작이 된다.


나는 며칠 전 김종호 화백이 쓴 이 책을 읽고 한참 동안 멍하니 책을 덮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저자의 나이에 이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력도 흐려지고 인생에 흥미도 없어지고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는데 이분은 젊은 나이에도 성취할 수 없는 자서전과 미술전시회를 동시에 한다고 한다.

내가 책 속에서 만난 저자는 보통 사람에게 서 흔히 볼 거 없는 인생 항로를 살아오고 그 수많은 죽음의 고비 속에서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기까지 체험하게 되는 인간의 고난이 이분을 이토록 강하게 만들어서 여기까지 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뛰어난 기억력 (포로 번호 6 숫자와 군번 7 숫자)으로 전쟁 과정에서 일어나는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일들과 포로로서의 생활 중에 겪는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들과 죄악들을 어제 생긴 일처럼 서술해 나가고 있다.


나이 84세에 250 페이지의 글과 그림들, 그리고 함 석현 선생님과의 교신들로 엮어진 책 출판, 공증받은 화백으로 서의 미술 전시회가 한꺼번에 차영진 센터( 차세대 영적 지도자)에서 오는 27일 5시에 센터를 주관하는 H목사님의 주선으로 열린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존심 때문에 말 못 할 혼자만의 경험과 사연들을 아낌없이 다 토해 놓고 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상상을 못 할 전쟁고아로서, 이념 포로로서, 또 북미에 살고 있는 이민자로서 한 인간이 치르기에 벅찬 삶을 부끄럼 없이 무사히 마치고 종착역에 다다른 자기의 모든 행로가 어떤 분의 조종 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인생조명을 하고 있다.


stained_glass_kr.jpg


굶주림과 고난의 삶 속에서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정당하게 일할 권리조차 없는 상황에서 온갖 허드레 일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하나의 집념으로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들려주고 있다. 자신의 회상록에서 한평생 뼈에 사무친 한은 돈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설움이 가장 저자를 뼈저리게 평생 동안 괴롭힌 것으로 진술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이 한인 간에게 성취의 원동력 역 활을 제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필자에게 보여주는 저자는 눈물이 많은 할아버지이다. 그 눈물은 음악처럼 소리 내는 눈물이 아니라 그림처럼 침묵으로 절규하고 있는 그런 눈물이다. 어린 시절 저자의 형에게서 사내는 눈물을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 라는 충고를 들었지만 그가 걸어오면서 뼈아프게 느낀 순간들은 눈물이 치유의 한 방법으로 쓰인 것으로 필자에게 비추어진다.


저자는 삶에서 자신의 철학이 있었다고 전해준다. 그에게는 “인생이란 무대에서 극 중의 천한 광대나 악인역만은 맡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시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겠지 만 책을 통해보는 그의 삶은 어떤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사건에 대한 서술과 뛰어난 기억력, 다재다능한 재능을 인생의 종착점에 와서 펴 놓을 수 있는 저자만의 소산물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ocad.jpg


외롭고 굶주리던 군대 생활 중에 위문편지로 만난 여학생과의 짝사랑을 경험하지만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못하고 혼자 간직하고 있다가 자기의 회상록에서 조용히 고백하는 순진한 할아버지이다. 삶의 마지막 장을 정리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모든 선택은 자기가 했지만 결론적으로 절대적인 어떤 힘에 의해 그렇게 인생항로가 흘러왔다는 것에 자신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라 고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가장 비참한 시절에 만난 유 여사와의 60년간의 따뜻한 인연의 이야기는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저자는 그 흔하지 않은 우정의 만남에 하나님께 깊이 감사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통해서 인간의 무서운 집념은 어떤 장애물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군대 생활 중에 재주는 있지만 미술공부를 정식으로 못했다는 이유로 경쟁에서 귀결당하고 그때 받은 모멸감과 수모 때문에 이곳에 와서 52 세 때에 토론토 온타리오 미술대학에 가서 6년 동안 공부를 하고 인정받는 화백으로 태어난다. 끝으로 고향의 부모님과의 이별은 이 나이가 되도록 자식 된 도리를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남아있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이 책을 쓰고 전시회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서술하고 있다.


평생 동안 배움에 목말라하는 김종호 화백님, 오래오래 사시고 더 많은 놀라운 일을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11-08-21

작가의 이전글그래도 헛되이 보내지 않은 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