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회사를 잘 다니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그래서 지금의 내가 감히 후배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자문하자면 솔직히 아직은 부끄럽다. 왜냐면 나는 여전히 '직장에서의 나'라는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고,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완전히 시니어가 되기 전, 지금의 내 어정쩡한 중간에 낀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있고, 나 또한 '완전한 꼰대'가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친근한 상태에서, 배우고 있는 과정에서 조금 더 생생한 이야기들을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조금은 트렌드가 지나간 것 같지만, 한 때 '퇴사' 콘텐츠가 붐이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언론이나 커뮤니티 등에서는 '요즘 세대'들은 자발적으로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한다고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리모트워크, 원격근무 등이 쉽게 일반화가 되면서 '조직생활'에 대한 회의감도 많아졌고, 더불어 직장인들의 '부캐', '퍼스널 브랜딩', '프리랜서', '창업' 등의 성공적인 직장인들의 '딴짓' 이야기들이 각광을 받는 것도 너무 잘 보인다.
이유는 시대가 변화했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 시대, 모두가 셀럽이 될 수 있는 시대, 월급쟁이에서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엣지,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시대, 그렇게 되기 위해 자신을 적극 알리고 브랜딩을 해 나가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결국 회사의 일은 회사의 일일뿐, '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회사에 진득하게 다니고 있는 것이 요즘 세상에 힙하지 않고 너무나도 평범한, 빛바랜, 낡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나 또한 성공적으로 '딴짓'을 하는 직장인들이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사실 마케팅 업종에 있다 보니 야근이 빈번한데, 회사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이라 생각만 해도 엄두가 잘 안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굴하지 않고 열심히 회사 밖에서의 자신의 삶을 멋지게 일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지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회사의 일만 열심히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순진한 건지, 에너지와 열정이 부족한 건지, 성실하지만 조금은 미련한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마저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여전히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때로는 가족보다도 회사 사람들과 더 오래 시간을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출근 스트레스, 월요병 등이 다소 유머스러운 밈으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분위기에서 조금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말하면 회사가 그리 싫지 않다. 또 회사에 다니는 내가 실패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 본업이라 생각되는 '내 일'을 잘 해내고 싶고, 업계에서 인정받고 싶고, 나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분명 나처럼, 회사가 그리 싫지 않고, 회사에서 잘 지내고 싶고, 회사에서 본인만의 커리어를 잘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회사를 잘, 오래 다니는 것이 그렇게 멋져 보이거나 화려해 보이는 것 같지 않더라도 사실은 조직 안에서 발 붙이고 있는 것 자체가 서바이벌 게임에서 잘 살아남고 있는 것이라고 위로와 격려, 인정을 해주고 싶다. 조직에서 소속되어 있으면서 내 존재감을 증명해내고 싶은, 회사에서 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소소하고 공감되는, 힘이 되는 이야기들을 써내려 가려한다.
이미 회사에서 잘해보기로 결심했다면, '본업'을 가장 잘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자 우선이 되는 일 아닐까? 그리고 본업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나만의 엣지가 되고 나만의 콘텐츠가 되며, 나만의 브랜딩으로 가는 첫걸음일 것이라 확신한다. 일적인 요소 외에 인간관계, 처세술, '운'의 영역들도 뒤섞인 회사에서의 삶은 이미 정글이다. 이미 회사를 '잘 다닌다'는 것은 고단한 정글에서 탈락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의 강점으로 살아남았다는 강인함의 증표가 아닐까.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다.
그리고 조직에서 본인만의 강점으로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누구보다 강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