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 쓰기 전에, 서비스인지 기능인지부터 점검해 보세요
서비스 아이디어를 듣다 보면 '그건 서비스가 아니라 기능에 가깝습니다.' 라는 말을 꽤 자주 하게 됩니다. 아이디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그걸 독립된 서비스로 가져가실 건지, 아니면 기존 서비스 안에 들어가는 기능으로 가져갈 건지는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특히 1인 창업자 입장에선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서비스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사실 기능이 가깝다면,
굳이 독립 서비스로 만들 필요가 없거나
다른 서비스 위에 얹는 게 훨씬 이득이거나
더 큰 서비스 안에서 일부로 녹여야 할 아이디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된 경영학 이론이 있을 텐데, 거창한 것 말고, 실무 경험상 실제로 머릿속에서 돌리는 몇 가지 질문을 나누어 봅니다. 읽으시면서, 지금 떠오르는 여러분의 아이디어에 그대로 대입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있을 수 있어요. '알림을 똑똑하게 보내주는 서비스', '추천 알고리즘 서비스', '다크 모드 지원 서비스' 같은 것들인데요. 뭔가 있어 보이는데, 이 말만으로는 뭐하는 서비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서비스 소개는 보통 이렇게 되어야 자연스럽습니다. 어떤 사람의, 어떤 상황에서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는지. 이 네 가지가 들어 있어야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알림, 추천 알고리즘, 다크 모드 같은 것들은 서비스 소개 한 줄에 들어가는 요소일 뿐입니다.
예를 들면 '온라인 강의를 듣다가 자꾸 놓치는 직장인을 위해, 밀린 강의를 자동으로 다시 추천해 주고, 퇴근 시간에 맞춰 리마인드 해 주는 서비스' 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여기서는 리마인드 알림이 중요한 요소지만,
서비스 자체는 “강의 수강을 끝까지 도와주는 것”입니다. 알림은 그걸 돕는 기능이죠.
아이디어를 한 줄로 설명해 봤을 때, 그 한 줄이 단어로만 채워져 있다면 일단 기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비스와 기능을 나눌 때 제가 자주 묻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걸 쓰려고 찾아올까요? 아니면 다른거 하다가 있으니까 그냥 같이 쓰는 쪽에 가까울까요?"
예를 들면, '알림이 좋아서 이 서비스를 쓴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좋은 알림 덕분에 이 서비스를 더 잘 쓰게 된다'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하려고 들어왔을 때, 그 행동의 중심이 되는 목적이 서비스의 영역이고, 그 목적을 더 잘 달성하도록 돕는 수단이 기능의 영역입니다.
사람들이 이걸 쓰려고 굳이 앱을 설치하거나 사이트에 들어올까요?
아니면, 이미 쓰고 있는 무언가 안에 들어 있고, 있으면 편한 정도일까요?
후자의 느낌이 강하다면, 그 아이디어는 독립된 서비스라기보다는 어떤 서비스에 얹어질 기능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겠죠, 내가 어떤 서비스의 기능 고도화를 담당하게 된 실무 기획자가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내가 기획해야 하는 제품의 범위는 서비스가 아닌 기능의 단위이기 때문에, 있으면 편한 정도에 그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서 채팅 기능을 빼면 서비스가 무너집니다. 카카오톡의 정체성이 사라지죠. 하지만 다크모드를 빼면 불편해지긴 해도, 카카오톡이 더이상 카카오톡이 아닌 건 아닙니다.
조금 더 애매한 예를 들어 볼까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입니다. 저는 인스타그램에 스토리가 없던 시절을 기억하는데요. 처음에는 부가 기능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스타그램 사용 경험에서 꽤 핵심적인 축이 되어 있죠. 이정도면 '처음에는 기능이었으나, 어느 시점부터는 서비스 경험의 큰 축'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 때,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이 기능이 빠져도 이 서비스는 여전히 설명 가능하다면, 기능일 가능성이 크고요.
이 기능이 빠지면 도대체 이 서비스를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서비스의 핵심에 가까운 아이디어입니다.
지금의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시고, 이거 없어도 이 서비스 설명은 되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 더 큰 문장이나 더 큰 서비스 그림 안에서 그 기능의 위치를 다시 잡아보시는게 좋습니다.
조금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이 기능만 떼어내서 유료로 팔라고 하면, 그래도 사람들이 돈을 낼까?' 입니다.
많은 기능 아이디어들이 여기에서 멈춥니다. 제 주변에서는 특히 엔지니어링 베이스를 갖고계신 1인 창업자분들이 많이 하는 고민입니다.
'우리 서비스는 알림을 정말 잘 보내요', 'AI 추천이 남다릅니다', '검색 필터가 강력합니다' 라는 말들.. 좋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강력한 검색 필터 이용권', '알림 푸시 기능 이용권' 을 단독으로 결제하라고 하면 여러분은 돈을 내실 건가요?
대부분의 사용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에 돈을 내지, '어떤 기능으로 구현했느냐'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아주 특정한 B2B 영역에서는 기능 자체를 API나 솔루션 형태로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땐 기능이 곧 서비스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1인, 또는 소규모 창업자가 B2C나 라이트한 B2B를 상정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기능은 '서비스의 가치 전달 방식' 이고, 돈은 '서비스가 만들어주는 결과'에 붙습니다.
"이걸 기능 이름 그대로 적어서 요금제에 넣어도 사용자가 이 항목 때문에 결제하게 될까?"
를 자문해보세요. 대답이 망설여진다면, 그 아이디어는 서비스의 판매 포인트 라기보다는,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구현 방식이나 강점에 가깝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조금 다른 각도입니다. 기능은 보통 다른 서비스 안에 들어가서 조용히 일합니다. 서비스는 그 기능들 위에서 전체 경험을 책임집니다.
예를 들면, '챗봇 답변 기능' 만 놓고 보면 기능처럼 보이죠. 그런데 그걸로 고객 응대를 전부 맡는 고객센터 서비스를 만든다면, 이것은 더 이상 작은 기능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문의를 잘 해결했는지
응답 품질이 어떤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지고 대응할지
이런 것들을 묶어서 책임지는 단위가 서비스입니다. 지금 아이디어에 대해 이렇게 자문해 보시면 됩니다.
“이걸 실제로 서비스로 내면, 내가 책임져야 할 사용자 경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그 범위가 기능 한두 개 동작하는 선에서 끝나면 기능에 가깝습니다. 도입부터 문제 해결, 사후 대응까지 여러 단계의 경험을 설계하고 책임져야 한다면 그때부터는 서비스 쪽에 가까워집니다.
'기능이니까 별로다' 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능과 서비스는 이런 질문들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만으로 서비스 소개 문장이 되는가, 아니면 허전한가
사람들은 이걸 쓰려고 찾아오는가, 쓰다가 덤으로 쓰는가
이게 빠지면 서비스 정체성이 무너지는가, 그냥 불편해지는가
이 기능 단위로 돈을 받을 수 있는가
이걸 서비스로 내면, 내가 책임져야 할 경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좋은 기능 아이디어는 더 큰 서비스 안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도 하고, 어떤 서비스에서는 차별화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B2B 솔루션 형태로 서비스가 되기도 합니다.
1인 창업자에게 필요한 건, 이 아이디어가 기능인지 서비스인지를 딱 잘라 규정하는게 아닙니다. 이 아이디어를 독립 서비스로 키울지, 기존 서비스 안의 기능으로 녹일지, 아니면 다른 플랫폼 위에 얹히는 플러그인 정도로 가져갈지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