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경사도 괜찮습니다

by 블라디

(2025년 2월에 쓴 글입니다. 결국, 여건이 되지 않아 다른 집으로 8월에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할 집을 구하고 있습니다. 기간이 몇 개월 남았지만 6년 만의 이사인지라, 걱정이 되기도 하고 위치에, 집 상태에, 금액 등등 이래저래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보니 벌써부터 여러 집을 보고 있습니다. 집이 좋으면 금액이 맞지 않고, 위치가 좋으면 집이 별로고... 오랫동안 살 집을 알아보고 있으니 따져봐야 할 게 더 많네요.


투자가 목적이라면 역세권, 숲세권, 학군 등등을 더 따져보겠지만, 살(live) 집을 구하다 보니 깨끗한 집이면 더 좋겠다 싶고, 아이도 곧 중학생이 되다 보니 지금보다는 조금 넓은 집이면 좋겠다 싶습니다. 부동산 검색창에서 이래저래 찾아보고 연락하고 집을 보고.... 원하는 집들은 몇 개씩 보이지만, 돈이 부족함에 아쉬워하길 반복하네요...


그러다, 오랫동안 검색창에 올라와 있는, 조금은 경사가 있고 금액도 감당할 수 있는 집이 있었는데, 위치가 이 정도면 괜찮다 생각해서 그 집 앞까지 걸어도 가보고, 경사가 있음에 '안 되겠다' 싶어 돌아가길 두어 번...


그럼에도 넓은 평수에 산자락 집을 포기할 수 없어 가벼운 마음에 한번 보자 연락을 하고 방문을 했습니다. 4층으로 알고 있었지만 3층이었고, 사진으로 보던 모습 그대로였는데 보기보다 더 넓고 깨끗한 집이었습니다. 살고 계신 분은 입주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살고 계셨는데 그나마 관리를 잘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압권은 옥상이었습니다. 산자락에 있는 집이다 보니 주변은 물론이고 저 멀리까지 탁 트인 풍경들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석양과 노을이 최고였습니다. 집 옆은 건물 없이 산이 보이고 약간의 경사는 있지만 주택가의 마지막 조용한 골목길... 남서향으로 지금 살고 있는 집처럼 한낮에 해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채광도 좋았습니다.


주택가이지만, 주택가 끝자락 집입니다. 조용합니다. 하지만, 산자락이라 약간의 경사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집을 구한다 했을 때 가격이 오를 집을 알아보라 했습니다. 지금 이 집도 말을 했더니 거긴 경사가 있어 가격이 오를 명분이 없는 위치라고들 하였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경사도 괜찮습니다. 힘들지 않은 경사입니다. 차가 없어 매일매일 이 길을 걸어야겠지만, 숨이 찰 정도는 아니기에 '약간의 경사도 괜찮습니다'.


인생에서 약간의 경사는 종종 만나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숨이 찰 정도가 아닌 경사. 그 경사를 오르다 보면 겸손해 질지도 모르겠어요. 느슨해진 나의 상태에 긴장을 가져다줄 것 같기도 하네요. 어쨌든 힘을 들여 올라야 하고, 오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테니깐요.


가파른 경사가 아니라면 집도, 인생에서도 '약간의 경사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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