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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워키 May 29. 2024

쌍욕 총량론자의 뜻밖의 능력

브런치북 제목 짓기

아직도 입버릇 처럼 욕설을 심심찮게 내뱉는 남편. 물론 나도. 차이라면 고치려는 의지의 유무.



나 : 애 생기면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지않나. 고치자.


남편 : 평생 할 욕의 양은 어차피 다 정해져있다. 자꾸 날 옥죄면 나중에 많이 해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름하야 인생 쌍욕 총량설을 주장하는 남편은 욕설과 같은 맥락으로, 무엇이든 느낀대로 그 자리에서 바로 뱉는 편이다.



단체로 어울리는 자리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심각하게 굴때면 "진지충"이라 놀리 친구들과 함께 깔깔대고.


집을 보러 온 부부가 빌트인 김치냉장고를 보며 "우리 지금 갖고 있는 건 버려야되나?" 라고 이야기하자 "그럼 저희 주세요." 라며 껄껄대고.


친구가 쓰고 나온 벙거지 모자를 보고 뱀장수냐며 너무 여러 번 놀려 위험할 뻔 한적도 있고.


볼 일을 보고나서 뿌듯할 경우 기쁨을 숨기지 못한다.

"내가 지금 뭘 낳고 왔냐면.."



교수가 되고나서도 입버릇은 20대 초반에 머무르는 남편을 보며, 저러다 중요한 자리나 공개석상에서 실수할까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1도 먹히지 않는다.



남의 시선에 아랑곳않고 솔직한 표현을 사용하곤해서 코드만 잘 맞으면 사람들과 빠르게 가까워지고 웃음을 주곤 하는 것이 장점이긴 하다. 반면 뒷수습이 어려운 난감한 순간들이 예고없이 찾아오기도 해서 긴장은 내 몫. 분위기 파악을 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계속 남편 언행을 살피게 된다.



"요새 브런치에 오빠랑 있었던 일들을 쓰고 있는데, 묶어서 제목 정해보려고 하거든. '가족이 된 타인 관찰기' 어때?"


"개노잼"


"...그럼 어떤 게 좋을까? 결혼 했더니 아들이 생겼다. 이런 것도 생각해봤고.."


본인을 멋대로 묘사하고 온라인에 박제해버려 혹시 서운하거나 기분 나쁘진 않을까 다소 걱정스러웠던 터라 설명을 이어갔다.


"오빠 장점이기도 하잖아. 상스런 표현이 웃기긴 해. 솔직하다못해 적나라한 게.."


"저렴한?"


스스로 저렴하다 평가하곤 낄낄대는 남편.


"처음 뵙겠습니다, 남편. 으로 할까?"


"됐고, 그냥 심맹이라 해."


스스로를 심맹이라 칭한 그 순간부로 심맹 레벨에선 벗어난 셈인데, 어쨌거나 그의 노골성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늘 그렇듯 강력한 한 방이라 단숨에 와닿는다. 이렇게 탄생한 브런치북의 제목이니 더 확신을 갖고 적으려 한다. 내 남편은 심맹입니다!만, 아내를 아낍니다. 그리고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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