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아늑하게 계절을 만끽하는 곳 <성내동 커피집, 온온>
카페투어를 일 년쯤 하다보면
사진을 찍기 위해 가는 것인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가는 것인지
디저트를 호사롭게 누리고 싶은 것인지
공간이 그냥 좋은 것인지
그냥 첫 눈에 알 수 있다.
좋은 카페란
세 번 이상 가고싶은/갔던 카페.
이제 예쁜 카페와 좋은 공간은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카페투어 짬에서 나온 바이브)
하나의 카페가 성공하면
금방 비슷한 컨셉의 카피캣이 생긴다.
다시 가고 싶으면 너무 떠버려서
커피를 마시기 위함인지
인증샷을 남기기 위함인지 헷갈린다.
그 모든 걸 초월해서
아직은 소수만이 알고 싶지만
사장님의 번영을 위해
알리고 싶은 카페가 생겼다.
이름하야
<성내동 커피집, 온온>
이름부터
느껴지지 않는가?
이 카페의 심플한 구성이.
나는 꾸밀 것이 없는 정말 그냥 커피집이고
따뜻한 공간이 되고 싶다는 사장님의 결심이.
그리고 이 곳은 곧
세 번 가고싶은,
세 번 가게 된
그리고
세 번 이상 가게 될 카페가 되었다.
세 번 정도 가야
좋은 카페가 되는 이유.
마음 속의 좋은 카페로 저장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궁금해서.
커피 맛 / 공간 구성 / 인테리어 / 디저트 / 힙한 사장님 / 친구의 추천 / 레어한 가오픈 방문
수많은 이유에서 궁금증은 자라난다.
여기에 가보고 싶어.
그렇게 방문하게 된다.
첫 번째는, 어렵지 않다.
두 번째는
생각나서.
그래. 생각난다.
예뻐서 내 인생샷을 다시 남기고 싶건
고소한 라떼의 매력이 생각나건
비오는 날 몸이 근질근질, 가고싶은 기운이 올라오건
정말 좋아서건
그래. 생각이 정말 난다.
그래서 두 번째는, 약간 어렵다.
매일 새롭게 가고싶은 공간이 생겨나는데
새로움을 이기는 매력을 갖기란 약간 어렵다.
두 번째 방문을 하기 위해서 나는
Newness의 유혹에서 도망쳐야 한다.
왜냐면, 약간 귀찮고
약간 이미 알아서 재미가 떨어지고
그 사이에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바글댈수도 있는데도
새로운 아름다움이 지척에 있는데도
나는 그곳에 다시, 가고싶기 때문에.
세 번째는
안 갈 수가 없어서.
정말 좋아야 한다.
이게 진짜 어렵다.
수많은 사람을 뚫고
머나먼 지리적 결점을 이기고
그렇게라도 가고싶다면
안 가고는 못 배긴다면
그건 정말 좋아서일 수밖에 없다.
인생은 그런 것.
인생카페는 그렇게 저장되는 것이다.
원체 초록을 좋아하고
카페를 좋아하고
햇살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이렇게 오후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한겨울을 선물해주신다면 저는,
이곳에서 사계절이 모두 보고 싶어지네요.
사계절이 모두 궁금해지는
공간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다시 갔습니다.
첫 방문이 한겨울, 2월의 시작이었다면
두 번째 방문은 초봄, 5월의 시작.
약간 차가운 창에
따뜻한 노랑이 비치는 벽도
참 온온했는데,
5월의 녹음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고.
사실 좋은 카페의 조건은
하나가 더 있는데,
사장님과 커피와 공간이
닮아있어야 한다는 것.
그 사람이 곧 카페일 것.
사실 서울에 20년을 훌쩍 넘게 살도록
성내동이라는 곳은 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건 절대 성내동이 시골같아서가 아니라 내가 서울 촌놈이라서)
근데 성내동은 이젠 기억한다.
성내동은 어딘지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교통이 불편해도
성내동의 사계절은 꼭 봐야만 하겠다.
그러니 사장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여름이 무르익어 간다는 건
온온에 곧 다시 찾아간다는 반가운 소식일테니.
2018.07.10 화요일
"좋은 공간", 성내동 커피집 온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