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로부터 애증의 쓴소리를 견뎌내는 내공이 필요하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다는 UX(User eXperience). 관점에서 보면 정말 쓴소리가 나올 일이다. 그런데 그 애증 섞인 쓴소리를 직접 듣고 있다.
왜죠? 스타트업에서 고군분투하는 UX 디자이너/기획자 입장에서 고민해봤다.
1 : 1
컨설팅 프로젝트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특정 문제의 해결책을 내야 했다.
1 : N
스타트업은 사회 문제부터 개인 사용자까지 다양한 범위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현재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의 경우엔 유저가 네 그룹(투자자, 대출자, 운영팀, 제휴사)이며 어느 한쪽의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다른 그룹의 문제가 샘솟는다. 또한 해결 미션은 운영과 동시에 일어나며 쉼표 없이 반복되는 사이클이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와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은 제한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욕(?)을 먹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욕을 먹을 것인가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만큼 누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는 액션 방향성을 정하는 일이기에 정말 중요하다.
회사의 비즈니스 목표과 밀접한 문제를 1순위로 해결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생존이다. 그렇기에 생존문제(비즈니스 목표)부터 해결해야 한다. 비즈니스 목표는 프로덕트, 사용자 경험 자체일 수도 있지만 마켓 플레이스의 파이를 넓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문제는 회사의 비즈니스 목표(이익)와 사용자의 경험(UX) 두 가치가 상충되는 경우다. 사실 빈번하다. UX 기획자는 중재자 역할로 회사의 비지니즈 목표와 사용자 니즈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UX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된다.
주 타깃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강점은 '빠른 대응'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요구조건에 시시각각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눈 앞에 보이는 다수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다 장기적으로는 정말 중요한 주 타깃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다수 사용자들의 분명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요구사항이 불분명한 주 타깃 사용자의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더 시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수 사용자와 주 타깃 사용자는 절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스타트업 종사자로부터 어떤 페이지의 폰트를 수정하는 작은 작업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한 분기 후에야 손을 댈 수 있었다는 여담을 듣고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1 이 아니라, 베타 버전의 N
가성비가 중요한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도 나노 단위로 논의하며, 해당 문제를 어느 정도의 퀄리티로 해결할 것인지도 고민한다. 또한, '잘 = Better'의 평가기준은 효율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하나의 문제를 퀄리티 100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하나의 문제를 여러 개로 쪼개어 베타 버전 퀄리티(MVP)로 빠르게 대응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프로덕트는 '영원한 베타 버전'이란 말에도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품 중심으로 해결책 찾기
UX 디자이너로서 '사용자 경험(UX)'에 중심가치를 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획자 또는 사용자로부터 답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니다. 제품 중심적(Product Thinking: 'Thinking in products means thinking in specific user’s problems, in jobs to be done, in goals, and in revenues.' - 출처 : 참고2)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즉, 사용자 경험도 측정 가능한 정확한 목표를 기준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위 개념은 같이 보면 도움이 될 링크를 함께 첨부합니다.
참고 1 : Product Thinking is Problem Solving
참고 2 : Why Product Thinking is the next big thing in UX Design
처음에는 단 하나의 질책에도 참 개복치처럼 굴었다.
사용자 경험을 중요시하는 UX 디자이너로서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프로덕트를 다루는 UX 디자이너/기획자라면 장기적인 그림을 보고 애증의 쓴소리를 버틸 수 있는 내공도 필요하다. 그리고 애증의 쓴소리에 둔해지기보다 담담하게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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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쉽고 당연한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UX중심적 사고밖에 몰랐던 내가, 다른 분야의 멤버들과 고군분투하면서 직접 깨닫게 된 내용이라 다짐처럼 기록하고 싶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이 마침 입사 1주년이라 한다. (자축. 잘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