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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혐오하는 사고에게

<시와 함께>

by 지니 서


<혐오하는 사고에게>


작은 쪽창문 너머로

동그랗게 펼쳐진 깃발 같은 초록 이파리가 펄럭거린다


바람에 따라

잦았다가 흩날렸다가

흘러가는 대로 햇볕 아래 고개를 숙인다


오늘 공항에 간다고 말했던 목소리가

공중에 떠 있다가

손끝에 부딪친다


비행기가 남긴 진동과 소음은

생경한 것인데

바람결에 느껴지는 그것은

몸을 감싸고 떨어져

바닥에 끌리고


나는 1초에 한 번씩 주워 올리고

떠올리고

기억하고

햇볕에 섞인 얕은 바람에도 발가락이 떨어져 나간다


희석되지 않고

천리만큼 멀어도 함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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