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크 쉑 Shake Shack
몇 년 전인가 한때 쉑쉑버거라는게 서울에서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나는 버거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그저 롯데리아나 맥도널드 같은 곳에서 이름을 재미있게 개발해 인기를 끄는 햄버거인가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본사가 뉴욕에 있는 2004년 뉴욕 태생의 햄버거라는 걸 알게 됐지만 굳이 찾아가서 먹어볼 마음은 생기지 않았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문득 그 쉑쉑버거가 생각났다. 그거 뉴욕 태생이라고 했는데..
잘 나가는 음식점들이 지점을 내거나 프랜차이즈화 해서 규모를 확장하기 전, 본점의 음식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늦게 알게 되었더라도 적어도 나는 일단 한 번은 본점 방문을 고집하는 편이다.
서울 내에서도 그런데 나는 지금 뉴욕으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햄버거에 1도 관심이 없던 때와 달리 요상한 의욕이 끓어올랐다. 그래, 매디슨 스퀘어에 있는 셰이크쉑 본점에 가보는 거야! 하고.
셰이크쉑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이렇다. 2001년에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원의 복구 기금을 모으기 위한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열렸다. 근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던 다니엘 메이어라는 사람이 1회성 이벤트로 기금 마련에 동참하기 위해 핫도그 카트를 마련했고 핫도그를 판매했다. 그런데 레스토랑의 직원들을 동원해 판매한 고급 핫도그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며 판매를 이어가다가 결국 2004년 그 자리에 정식 매장이 들어서게 되었다고.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잘 보일만큼 커다란 간판을 달고 있는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셰이크쉑 매장과는 달리 매디슨 스퀘어의 셰이크쉑은 외관이 소박해 보였다. 오픈형으로 되어있는 건물에서는 주문만 받고 무조건 포장한 버거를 내어준다. 앉을 수 있는 철제 테이블은 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 흙바닥에 놓여 있어서 피크닉 온 기분으로 포장된 버거를 꺼내어 먹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두발로 삐쪽 서서 버거를 먹는 나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청설모도 만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너무 추운 날엔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매장이 가질 수 없는 장점이 더 많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쌀쌀하긴 해도 그럭저럭 야외에서 뭔가 먹기에 나쁘지 않은 날, 셰이크쉑을 찾아갔다. 1년 365일 사람들이 줄나래미를 서있다더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다양한 나이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미국다운 프리스타일로 어지럽게 줄을 서 있고, 한눈에도 다 들어오지 않는 야외 테이블도 가득 차 있었다. 적당한 소란이 햄버거를 먹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받아 든 셰이크쉑 버거는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작았다. 뉴욕에서 먹은 음식들의 양은 늘 상상했던 것보다 크거나 많았기 때문에 의외였다. 다소 작은 크기의 빵 안에는 갖가지 패티가 두툼하게 들어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샛 빨간색의 토마토와 진한 초록색의 상추다. 거기에 뜨거운 패티 때문에 흘러내린 노란색의 치즈가 만나면서 총천연색이 된다. 고기 패티 외에도 바짝 튀긴 패티가 하나 더 있어서 크런치한 식감이 무척 좋다. 포토벨라라는 버섯이 들어가는데 양송이와 표고버섯의 중간쯤 되는 녀석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버섯향이 진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버거 맛에 큰 역할을 한다. 육즙이 풍부하고 내용물도 많아 칼로리는 역시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맛있게 먹어치우게 된다.
그렇게들 호들갑을 떨며 유행했던 건 이유가 있었다.
다만 프렌치 프라이는 기복이 있어서 어떤때는 따끈하고 바삭바삭한걸 받을 때가 있고 어떤때는 튀긴지 살짝 시간이 지나서 습기를 먹은걸 받을 때가 있었다.
두툼하기 때문에 웨지감자가 가진 고유의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긴 한데 그것 때문에 너무 바싹 튀기지 않는걸까 멋대로 추측해본다.
위치 : Madison Ave & E 23rd St, New York, NY 10010
전화 : 212-889-6600
오픈 : (월-금)07:30-23:00, (토-일)08:30-23:00
홈피 : www.shakesha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