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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우 Nov 18. 2015

내 아들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 세 번째 이야기] 유럽의 역사부터 이해하기 

지난 토요일, 파리발 충격적 소식이 전해질 무렵 아들 녀석과 이스탄불의 한 축구 연습장에 있었다.

축구에 전혀 소질이 없는 난 축구 자체가 싫었지만, 내가 싫다고 자식까지 싫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 노는 것이 기껏 얼마나 재밌을까? 반신반의하면서 데리고 갔다. 

다들 출전한 녀석들은 나름 각 유럽리그 대표팀 유니폼들을 갖춰 입고 왔다. 마치 유소년 축구를 보는 것 같았다.

 

'넌 덩치는 유럽애들에게 절대 안 밀리니,  수비할 때는 몸싸움으로 밀어붙여..'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보통의 4학년보다도 키나 덩치가 크다. 단연 터키애들보단 크고 네덜란드, 독일 아이들 정도에 비교하면 약간 작긴 했지만... 문제는 체력과 기술이다. 아무리 체격이 좋아도 아이들에게 1년의 차이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한 학년 높은 팀에 배치가 되었어도 실력이 꼴찌일 수 밖엔 없다. 같은 팀에 주재원 아들인 한국 형아가 있었다. 그는 센터포워드인데 단연코 스트라이커였다. 자기에게 패스를 하지 않는 외국 아이에게 눈을 부릅뜨는 모습을 보니 남의 자식이지만 뿌듯했다.


'공 보고 뛰어다니면 금방 지친다. 터키애들 뛰어 다녀도 놔둬라. 유목민 기질이 있어서 체력이 좋거든'

'돌궐의 후예들이죠?'


유달리 역사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 역사만화를 그려서 내게 보여주고 웃는 녀석 다운 대답이다. 

그런 아들에게 난 가급적이면 그 조상들의 습성을 같이 알려주었다.

영국 아이가 수학을 제법 잘 하더라.. 고 말하면, 잉글랜드인지 아일랜드인지, 스코틀랜드인지 물었다. 

다음날 아들은 다시 알아왔다. 


'아일랜드 출신이래요.' 


'게네들은 일반적으로 수학과 물리에 소질이 있다. 그래서 비메모리 분야 반도체 전문가에 아일랜드 출신들이 많다' 식으로 정정해준다.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구별을 해줘야 하는 것은 아빠가 긁어 부스럼 만든 호기심 때문에 알려줘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게  일반화될 수는 없다. 마치 일본 사람은 수줍다!라는 말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뉴스가 뜨고 있었다. 

어느 기사는 그럴  듯하게 이번 사태를 묘사했다.


십자군과 이슬람 간의 대립...


작년 겨울에 터키 온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보드룸을 가봤다. 보드룸 성채에서 바라 본 바다는 코발트 빛으로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아찔하게 솟은 첨탑에서 바라보니 현기증도 일었다. 터키는 난간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편이다. 안전 불감증은 우리도 과거에 겪었으니, 뭐라 할 수는 없다. 알아서 조심하는 수 밖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자기들 성채마다 각자를 상징하는 깃발, 갑옷과 투구, 무기 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성 요한 기사단이 20여 년에 걸쳐 이 성을 쌓았다. 예전에 마우솔로스라는 왕이 있었고 이 왕이 죽은 후 돌기둥으로 묘를 만들었다. 쿠푸 왕의 피라미드만 남은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였다. 흔히 영묘라고 부르는 마우솔레움(Mausoleum)의 기원인데 지금은 말 그대로 돌 기둥 몇 개만 남아있었다. 

(이 단어 참 안 외워지던데, 결국 여기서 나왔었구나!)

어떻게 이렇게 방치해 놨는지  불가사의할 정도다. 우리 같으면 정말 완벽하게 복원을 해놨을 터인데...


암튼 당시 십자군은 기사도 같은 것은 없었다. 글도 잘 모르고 굶어 죽을 바엔 노략질이나 하자! 식의 말 그대로 오합지졸들이 모인 집단이었다. 이들은 영묘의 돌을 가져와 열심히 성을 만들었다.  

제법 견고했으나 당시 전쟁의 신에 버금갔던 제국, 결국 1522년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슐레이만 대제에게 이 성은 함락되고 만다.  


사실상 수 백 년을 끌어온 마지막 십자군 전쟁의 기억이 남은 곳...

그곳에서 얼마 전 시리아를 탈출했던 세 살 박이 아이가 해변에서 눈을 감은 채로 발견되었다. 유럽 국가들에게 난민 문호 개방의 신호탄이 된 사건이다. 

500년이 흘러, 이젠 십자군과 이슬람 간의 회전의 모습만 다소 바뀌었을 뿐 느낌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특징적으로 다른 점이 조금 있다.

오스만 제국의 후신이 된 터키가 이젠 십자군 편인지 이슬람 편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터키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에서 미국 다음의 지상군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아랍 이슬람과 함께 투르크 이슬람이라는 한 축을 담당한다. 동으로는 저 멀리 신장 위구르부터 여러 스탄 국가들을 거치고, 서쪽으로는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를 거치고 불가리아, 그리스 일부까지 터키가 가졌던 영토에 뿌려놨던 후손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여러 차례  터키 정부든 기업인이든 협상할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왔던 기억을 떠올리면, 터키가 저울질을 잘 할 것 같은 느낌은 확실하다. 


'아빠 우리 팀이 이겼어요.'

'너에게 홍명보 아저씨처럼 지시하던 같은 편 아이는 누구냐?'

'아.. 네덜란드 형아요.'

'응, 지금은 네가 실력이 안되니 형이 시킨 대로 잘 해라. 괜히 네덜란드가 축구 강국이 아니다.'


아들아..

축구든 외교든 전쟁이든 모든 게 늘 경쟁이고, 단군의 자손들은 모든 게 관심거리인가 보다. 


 

  * 주 : 커버 사진처럼 영묘가 흔적도 없는 것은 아니다. 잘 복원하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찾아가는 것도 시내라서 쉬운 편인데... 이정표가 없어 지나치게 된다. 터키에는 아르테미스 신전을 포함하여 2개의 고대 불가사의가 있다.  (사진출처: www.livius.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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