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 장르를 보는 두 가지 시선#5

[장르 한 스푼_#6]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의 전복

by 근영
스크린샷 2026-01-20 오전 2.30.55.png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노말모드(기존서사)에서의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의 대결 구도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에서 노말모드의 주동인물은 이반 에카르트입니다. 이반 에카르트는 반동인물인 입양된 페넬로페 에카르트와 달리 정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페넬로페와 이반이 서로 반목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노멀모드의 주동인물 이반은 어릴 적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에서 실종되었고 나중에 공작가는 기억을 잃은 이반을 찾게 됩니다. 이반은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공작가의 공녀로 인정받게 된다면 공작가의 사람들이 가식이 아닌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줄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노멀모드의 반동인물 페넬로페는 이반이 실종되고 난 후 공녀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입양되었습니다. 실종된 이반 에카르트가 돌아온다면 자신은 파양될 것이라는 의심은 주동인물인 이반 에카르트가 공작가에 오게 되면서 더욱 깊어집니다. 그리고 공작가의 일원들은 페넬로페가 아니라 공작가로 돌아오게된 이반 에카르트의 협조자가 되어 두 인물간의 대결구도가 기울게 됩니다. 결국 페넬로페의 죽음으로 이반 에카르트는 공작가의 공녀로 인정받게 됩니다.


image.png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하드모드(재구성된 서사)에서의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의 대결 구도


여기서 흥미로운점은 빙의된 플레이어는 노말모드가 아니라 하드모드에 빙의된 것입니다. 하드모드에 빙의된 플레이어는 노말모드에서 페넬로페의 죽음을 알고 있기에 생존을 목표로 두고 적극적으로 서사에 개입합니다. 그 결과 극 주제는 즉 빙의된 플레이어가 생존을 위해 기존서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뒤틀리게 됩니다. 뒤틀린 서사에서 협조자들은 노말모드와 달리 페넬로페에 빙의된 플레이어의 편에 서게 됩니다.


극 주제가 뒤틀릴수록 극 인물에 빙의된 독자/플레이어가 주동 혹은 반동인물의 역할을 맡아 서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됩니다. 기존 서사의 극 주제가이반 에카르트의 생존과 해피 엔딩이었다면 빙의된 플레이어가 개입한 서사는 빙의된 플레이어(페넬로페)의 생존으로 재구성됩니다. 협조자들의 변동은 빙의된 플레이어가 서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페넬로페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기존 서사는 페넬로페의 생존을 지향하고 있는 플레이어와 충돌하게 됩니다.


두 역할의 대결 구도는 극 흐름의 주도권 싸움입니다. 주동인물은 서사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기에 극 인물 중 가장 적극적으로 서사에 개입하고 극 주제와 가까운 인물입니다. 하지만 빙의 장르의 특성상 극 인물과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빙의된 독자/플레이어는 서사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빙의된 독자/플레이어는 기존 서사에 합류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선택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주동인물과의 대결구도에서 흐름을 주도하게 된 순간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이 전복되어 버립니다. 반동인물에서 주동인물이 된 페넬로페를 중심으로 기존 서사가 진행되고 페넬로페의 생존을 위한 주제로 개조가 되어버립니다. 주동인물이 된 페넬로페는 이반을 제치고 공작가의 일원이자 공녀로 인정받게 되고 생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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