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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Apr 11. 2022

도그빌

Dogville




보이는 그대로 믿으려 했다. 끝없는 어둠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빛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당신들의 경계가 호의로 바뀌는 순간 안도해버렸던 나 자신의 문제였을까. 어쩌면 거칠지 못한 내 손의 탓일지도 모르겠다.


열등감은 아래로 흐른다. 아래로 더 아래로. 썩어문드러진 가장 아래 위치한 그들의 열등감은 결국 그레이스를 짓눌러버렸다. 하지만 그 열등감이 누구보다 열심히 버텨내고 있던 당신들의 탓으로 돌려버리기엔 너무나 잔인하지 않는가. 내가 당신들을 이해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


단지 그뿐이었다, 인간으로서 떳떳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닥에 흩뿌려진 일곱 개의 인형 조각이 그동안 붙잡아왔던 희망 따위를 초라하게 만들어버렸다. 어쩌면 나의 믿음이 인간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오 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그땐 하지 못했을까.


그저 당신들과 함께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당신들은 불공평한 생존보다는 공평한 파멸을 바라왔구나. 어쩌면 당신들이 원하던 그것을, 내가 이뤄줄 수 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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