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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Dec 31. 2022

시바 베이비

Shiva Baby



이렇게나 잔인할 일인가.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모두의 속 사정을 어찌 알 수 있겠냐마는, 당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나의 거절을 그저 한낱 투정으로 받아들였더랬다. 결국 당신들의 욕심 덕에 고통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되어버렸구나.


원치 않는 공간 속에서 나는 지독한 이방인이었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좁디좁은 이 굴레 속에서 살아남기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홀로 서지 못하는 인생에게 세상은 여전히 냉정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익숙함을 마주했을 때 도망치고 싶지만 갈 곳 없던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고상한 척하던 당신들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발악하는 모습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어쩌면 스스로의 가증스러움을 뽐내기 위해 타인의 가증스러움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혹은 스스로의 허물을 숨기기 위해 타인을 들춰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결국 욕심이었다. 당신들의 가식적인 욕심에 놀아날 수밖에 없던 우리의 나날들은 당신들의 리듬에 맞춰 춤추던 꼭두각시일 뿐이다. 끊임없는 시험 속에 우리는 타들어가고 결국 그을린 껍데기만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저 보이기 위해 포장되는 삶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언젠가 지나가겠지란 마음으로 차분히 눈을 감았다. 아득한 고통 속에 울려 퍼지던 웃음소리는 내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치고 사라진다. 무엇이 그리 기분 좋은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 하나, 나는 이곳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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