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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Jun 16. 2023

케언즈, 새로운 곳에서

케언즈, 호주 워킹홀리데이

드디어 케언즈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남은 짐들을 정리하고 QV apartment를 함께 나서던 그 길, 가방을 두고 와 또다시 돌아갔더랬다. 칠칠맞은 날 위해 내 가방을 들고 먼 길 나와준 하우스메이트 덕분에 겨우겨우 스카이 버스를 시간 맞춰 탈 수 있었더랬다.


정신없던 나에게 달달한 게 필요할 것 같다며 네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건넸던 카페모카조차 버스에 들고 타지 못해 한 번에 힘껏 들이켰었지. 그렇게 스카이버스를 함께 타고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주면서도 내내 날 걱정하던 너였다. 이전까진 걱정을 티 내지 않던 너였기에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줄 몰랐네. 생각보다 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구나, 너. 누군가를 걱정시키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건 좀 기분좋네. 고마워, 덕분에 무사히 공항까지 와서 비행기 탈 수 있었어.


혹시나 해서 위탁수하물을 40kg 추가해뒀지만 여기서 10kg가 더 넘었다. 다혜가 브리즈번 갈 때 위탁수하물이 초과됐다는 말을 듣고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나도. 반포기 상태로 150불을 더 결제했다. 짐을 쌀 때마다, 수하물의 무게를 확인할 때마다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한 나의 모습이 숫자로 보이는듯했다. 멜버른으로 돌아갈 때 즈음 내 욕심의 무게는 얼마나 더 늘어있을까. 



시간은 무색하게도 아쉬움을 원동력삼아 빠르게 흘러가버렸다. 케언즈로 떠나는 날을 벌써 마주하게 될 줄이야.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설렘보다 멜버른에 두고 온 모든 것, 감정들까지 나를 붙잡았다. 떠나고 싶은 마음보다 여전히 머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이럴수록 더 떠나야 한다. 이건 예상치 못한 경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일 테니. 


함께 일했던 매니저 세바스찬이 해줬던 말이 기억난다. 너는 지금 여행 중이며, 이별 또한 여행의 일부라고. 너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공간을 마음껏 즐기라고. 너는 좋은 사람이니 어딜 가든 사랑받을 거란 그 말들. 세바의 말은 울지 않으려 했던 나를 결국 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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