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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Aug 09. 2023

호주로 돌아온 너에게 온 연락

케언즈. 호주 워킹홀리데이


요 근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홀로 보내는 시간보다 내가 아닌 누군가와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졌고, 첫 주에 비해 시프트도 많이 늘어난 편이다. 확실히 점점 이곳에서의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게 체감되는 요즘이다. 점점 나아질 거란 믿음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지난날과는 달리, 실제로 느껴지는 변화들이 나를 조금씩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



처음 멜버른에 도착해 마주했던 우리는 서로의 국적, 그리고 서로 다른 생김새에 거리감을 느끼곤 했더랬다.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 하면 어색하지 않게 말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더랬지. 그러다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쌓이면서 다른 생김새와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더라. 그저 우린 사람 대 사람으로 얘길 하고 공감할 뿐이었다.


멜버른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문장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 생각해 보면 서로를 외국인으로 대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편견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이곳에 지쳐 떠나갔던 이들도 그 순간조차 그리워져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걸 보면 호주라는 곳은 참 애증의 공간이구나. 호주에서, 멜버른에서 나의 첫 룸메이트였던 아유미로부터 호주로 다시 돌아왔다는 연락이 왔다. 정확히는 멜버른으로 돌아온 거지. 함께 지내 좋았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살아온 환경과 시간들이 달라 부딪히기도 했던 지난날들이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는 게 낯설기도 하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네가 나를 그리워해 줄줄 몰랐다. 새로 들어왔던 하우스메이트들 덕분에 크리스티와 이전보다 편해질 줄 몰랐다. 표정이 없어 첫인상이 무서웠던 세바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될 줄 몰랐다. 단호해 보였던 제이슨으로부터 직원으로서 이쁨 받게 될 줄 몰랐다. 친근하지만 선이 있어 보였던 카롤리나와 간간이 안부를 묻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엔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아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았던 알렉산드리아에게 정이 들 줄은, 그리고 네가 했던 그 말에 내 마음이 따뜻해질 줄은 몰랐다. 그저 차가워 보였던 톰과 서로를 편하게 생각하게 될 줄은, 그리고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될 줄 몰랐다. 


처음부터 너무나도 친해 보여 함께할 틈조차 없어 보였던 다혜와 진과 이렇게나 오래, 돈독해질 줄은 몰랐다. 처음 만났을 때 너무나도 시니컬하게 날 대했던 파울로가 이렇게나 편해질 줄은 몰랐다. 서로 어색해 아무 말을 던지던 나와 그걸 어색한 웃음으로 받아줬던 예라와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올 줄 몰랐다. 나를 유난히도 어색해했던 킴도 같은 나이에 이곳에 있다는 공통점만으로 위로가 될 줄 몰랐다. 그리고 지금 케언즈에서의 일상을 함께하고 있는 너와 분명 몇 달 전까진 함께하게 될 줄 몰랐더랬지.


언니라고 부르던 벨라, 그리고 나를 정말 많이 챙겨줬던 카이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던 하우스메이트와 함께할 수 있던 시간이 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나 또다시 멜버른으로 돌아갈 거니까. 


케언즈에서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또 누군가를 만나고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해질까. 멜버른을 떠나오면서 참아내야만 했던 그 감정들을 또다시 느껴야 될까 두렵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컷 행복해 보자.


고마워 다들, 너무나도. 멜버른에 가면 또 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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