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gdad Cafe
비옥했던 땅이었지만 하나둘 떠나면서 황폐해진다. 건조해지고 퍽퍽해진다. 사막이란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삶은 얼마나 퍽퍽하고 건조해진 것일까. 또 어떤 것이 나를 떠나갔을까. 이런 생각조차 들기도 전에 이미 나의 삶은 사막으로 변해갔다.
모래먼지 속에 떨어진 이방인이 바람을 따라 이곳에 도착했다. 당연하게 견뎌가고 있던 나의 삶을, 마치 틀린 것 고치듯 이것저것 바꿔놓기 시작했다. 불쾌했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의도에서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는 상관없었다. 그런 태도가 불편하고 불쾌할 뿐이었다.
사실 변화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도, 원하지도 않는 순간에 불쑥 나타나버리곤 한다. 의도치 않은,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내 안의 열등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마음은, 목적 없는 선의를 그저 갈 곳 없는 방랑자처럼 여겼다. 가진 것도 없거니와, 혹여 내가 쥐고 있는 몇 안 되는 것들을 노리는 것일까 늘 경계하고 있었다. 온몸의 가시를 세우고, 눈끝은 안테나처럼 하늘을 향해있었다.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제서야 소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