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메리를 집에 데려다주러 가던 길이었어요. 아침부터 우리 목소리를 들었는지 삼색이 ‘쌈냥’가 야옹거리며 메리 집 앞까지 졸졸 따라왔어요. 쌈냥이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작아서 어린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이가 꽤 많더라고요.
원래 쌈냥이는 동네 할머니가 챙겨주셨는데, 할머니께서 편찮으신 이후로는 다른 분이 돌봐 주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메리와 제가 산책하는 길목마다 쫓아다니며 얼굴을 비춥니다. 처음에는 메리가 자꾸 차 밑을 들여다보길래 놀랄까 봐 길냥이들에게 간식을 주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저는 캣맘이 되어 있었네요.
쌈냥이란 이름을 붙이게 된 것도 재미있는 사연이 있어요. 치즈태비 ’ 꼬맹‘이가 새끼였을 때, 갑자기 쌈냥이가 꼬맹이의 집까지 찾아와서는 괴롭히기 시작했거든요. 이후로도 다른 아이들을 패고 다니면서 밥을 뺏어 먹기 일쑤였어요. 처음엔 왜 이렇게 사나운가 했는데, 알고 보니 쌈냥이가 어릴 적 배를 많이 고생했는지 밥을 엄청나게 많이 먹는 편이었어요. 맛있는 게 있으면 미리 잔뜩 먹어두려는 듯이 말이죠.
사실 쌈냥이는 한쪽 눈을 다친 상태예요. 예전에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당했던 것 같아요. 여름에는 건강해 보이는데, 겨울이 되면 피부병이 도져서 병원에서 약을 지어다 주기도 했어요. 그래도 요즘은 면역력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 한편으론 걱정이 되네요.
그런 쌈냥이가 요즘은 아예 메리 집 앞에 터를 잡은 것 같아요. 마치 저에게 빨대를 꽂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모습이 정겹고 또 한편으로는 애틋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