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직장인 Oct 24. 2023

책상 앞에 앉아 있기

브런치를 켜놓고 1시간째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나의 이야기

 오랜만에 브런치를 또 열었다. 이 놈의 의지는 정말 부끄러울 정도다. 하지만 내가 부끄럽거나 원망스럽지 않다. '이 사림이 이제 포기했나? 해탈했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런 일로 나 자신에게 질책을 하거나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획한 것을 안 하거나 못 하면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로 몰아붙였다. 그러면 해야겠다는 의지보다는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나를 질책하거나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다짐을 했고 아직까지는 생각과 감정 조절을 하면서 잘 지켜지고 있다.

 글을 쓰기 전에는 항상 쓰고 싶은 글의 소재가 머릿속에서 뛰어다닌다. 최근에 이직했으니깐 내가 이직했던 과정들을 글로 써볼까?, 작년에 거제도에 내려갔던 일들을 글로 써볼까?, 직장인의 삶과 남편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수필 형태로 써볼까? 등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든다. 하지만 책상 앞에 딱 앉아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리는 순간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불과 몇십 분 전까지만 해도 상상의 날개를 펼쳤던 소재들이 정말 한 순간에 휙 사라진다. 그래서 지금 나는 1시간째 화면만 바라보고 있고 그런 지금의 내 상황을 한 글자 한 글자 남기고 있다.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뭔가 감동을 받거나 큰 교훈이나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이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힘든 과정이구나, 나도 똑같은 상황이구나 라는 정도의 공감만 얻었다면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글은 읽는 사람에 따라 느끼고 받아들이는 감정과 생각이 다 다르니깐.


 책을 출간하기 위해 매일 같이 어떤 글을 쓸까? 어떤 소재를 쓸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를 고민할 때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작가가 됐고 책이 출간되었는지 궁금하여 글쓰기 또는 책 쓰기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봤다. 그 책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로 압축되었다. 꾸준함과 근면성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업작가나 이제 막 책을 쓰기 시작한 나나 다를 것이 없구나'. 물론 많은 책을 출간한 작가님들의 능력과 수준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분들 또한 책이 안 써질 때가 있고 중간에 쓰다가 포기한 적도 있고 지금의 나처럼 무엇을 쓸지 몰라서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순간도 있다는 것이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 책 한 권을 출간하는 일을 출산의 고통과 비교한 작가도 있듯이 지금의 내 모습은 누구나 겪고 극복한 과정 중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 과정을 꾸준함과 근면성실을 무시로 극복하였기 때문에 이제 나도 꾸준함과 근면성실로 무장하여 다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다짐만 해도 반은 했다. 내일 또 브런치를 켜놓고 1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쓰더라도 일단 켜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오늘 같은 이런 자조적인 글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시간들이 모이고 갈고닦다 보면 다시 책이 세상으로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데 정말 내일은 무슨 이야기를 쓰지?'

 

작가의 이전글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