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로빵과 고구마 피자빵

by 김말뜻

함께 스터디를 하는 선생님들과 학원 1층 편의점에 갔다. 각자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며 돌아다니던 중, 냉장칸 아래쪽에 진열되어 있던 미니 소시지를 덥석 집어 든 한 선생님이 말했다. "이 소시지 너무 귀여워! 00쌤 닮았다~." 작고 통통한 소시지를 한번 바라보고, 진열 칸 거울에 비친 나를 한번 봤다. 그렇다. 나는 작고 통통하다.




문득, 고등학교에 갓 입학했던 때가 생각났다. 서로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모두가 서먹하던 그때.


한동안 하루 세 번 고구마 피자빵을 먹으며 학교 매점 단골을 자청했었다. 어김없이 우물우물 고구마 피자빵을 먹고 있던 날, 한 친구가 달려와 웃으며 소리쳤다. "야, 수경이가 너 고구마 피자빵 닮았대!" 수경인 큰 키와 수줍은 성격을 가진 친구였는데 장난스러운 고자질에 당황한 눈치였다. 급히 뛰어온 수경이는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과 목소리로 "못생겼다는 말이 아니라, 고구마 피자빵을 많이 먹어서 그냥 해본 말이야! 난 여드름이 많이 났으니까 소보로빵이라고 불러도 돼."라고 말하며 내 손을 잡았다. 장난기가 도져 짐짓 화난 체했더니 수경이는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내 키보다 머리가 한 개 더 있는 그녀였지만, 난 당황하는 수경이가 너무 귀여웠다.


8년이 지난 지금, 나와 수경이는 교사라는 같은 꿈을 향에 달려가고 있다. 한동안 사는 게 바빠 연락이 끊겼었지만, 같은 시험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득달같이 서로를 찾은 우리 둘. 고1 때 추억을 안주삼아 함께 술잔을 기울 수 있는 성인이 되다니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걸 느낀다. 우리가 살던 동네도, 세상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고구마빵과 소보로빵' 얘기만 나오면 지금도 적잖이 당황하며 손사래를 치는 수경이의 선한 심성은 여전하다.


그녀와 한바탕 수다를 떨고 헤어질 때마다 하는 생각은 한결같다.


첫째, 이 친구는 너무 착하다.

둘째, 이런 그녀가 얼른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소보로빵과 고구마 피자빵이 영어 선생님과 지리 선생님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꿈의 화덕에서 열심히 부풀어 오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