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빅아일랜드 여행기 #4/4

화산과 함께한 마지막 해외여행

by Geoff Jung

※ 2025년 8월에 쓴 글입니다.


우리가 여행지로 하와이섬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빅아일랜드 동부의 도시 힐로(Hilo)는 그 공원을 찾기 위한 전초기지 같은 곳이었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은 섬의 남동부에 위치한 광활한 자연보호구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인 킬라우에아(Kīlauea)와 지구에서 가장 부피가 큰 화산인 마우나로아(Mauna Loa)를 품고 있다. 이곳에서는 용암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 장관, 증기를 뿜는 분화구, 그리고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거대한 용암 지형을 만날 수 있다 (용암을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안 절벽부터 고산지대까지 다양한 기후와 생태계가 공존하며, 198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하와이 원주민들의 전통과 신화가 깃든 성지이기도 하다.

20250809_151408.jpg?type=w773 용암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 광경

국립공원 탐방


힐로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8시, 숙소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방문자 센터에 도착해 기념 자석 하나를 구입하고 안내 자료를 살펴보니, 아쉽게도 당시에는 용암이 분출되는 지역이 없었다.


현지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 때에도 그 장면을 보려면 수 시간의 트레킹이 필요하며, 왕복 4~5시간은 걸린다고 했다. 그 당시 그 장관을 볼 수 있었다고 해도 아내의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무리한 일정이었다.


여러 도로가 폐쇄되어 있어, 차로 접근이 가능한 구역 위주로 둘러보았다. 용암 동굴과 분화구 주변 트레킹 코스를 걸었는데, 곳곳에서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비록 붉게 타오르는 용암은 볼 수 없었지만, 그 거대한 자연의 숨결은 충분히 느껴졌다.


그러나 약 4시간가량 구경한 뒤 아내의 컨디션이 저하되어, 다음 날 예정된 헬기 투어에서 다시 한번 하늘 위에서 공원을 내려다볼 것을 기대하며 오후 1시 30분쯤 숙소로 향했다.

20240717_125636.jpg?type=w773 킬라우에아 화산 분화구

헬기 투어의 설렘과 아쉬움


다음 날 아침, 컨디션을 회복한 아내와 함께 힐로 공항에 있는 헬기 투어 사무실로 갔다. 하와이섬과 화산 지대를 1시간 동안 비행하는 투어로, 인당 약 6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었다. 난생처음 헬기를 타게 된다는 기대와 긴장감이 교차했다.


6인용 헬기에는 파일럿과 영국에서 온 3인 가족,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 탑승했다. 우리는 뒷좌석에 앉았는데, 앞 좌석이 더 비싼 이유를 이때 알았다. 헬기는 남쪽의 산악 지대와 화산 지대 상공을 날았지만, 당시 분출 중인 용암 지역은 없었고, 대신 약간의 증기를 뿜는 소형 분화구와 과거 용암이 흘렀던 흔적들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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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_124734.jpg?type=w773 헬기에서 내려다본 과거 용암이 흘렀던 흔적
20240718_125225.jpg?type=w773 헬기에서 내려다본 소형 분화구

투어가 끝난 뒤, 왜 대표적인 킬라우에아와 마우나로아 상공을 비행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국립공원 상공은 비행이 금지되어 있고 마우나로아는 고도가 너무 높아 우리가 탄 기종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홈페이지에 있던 ‘화산 분화구 상공 비행’ 사진은 대체 뭘까 하는 의문이 남았다.


섬 전체 (적어도 절반)를 일주하며 거대한 화산을 내려다볼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섬 남동쪽 4분의 1만 비행하고 종료되어 허탈했다. 그럼에도 난생처음 경험한 헬기 비행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행의 끝, 그리고 마지막 해외여행


이렇게 우리의 빅아일랜드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여행은 전체적으로 우리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행 전부터 준비가 거의 없었고, 아내의 치료 일정으로 여행 가능성 자체를 확신할 수 없던 상태에서 출국 얼마 전 항공권을 구입한, 말 그대로 ‘즉흥 여행’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우리의 기대가 너무 높아서였을까?


캐나다 방문을 해야만 했던 나는 이미 항공권을 예매해 둔 상태였기에 아내와 같은 날, 다른 항공편으로 각각 캐나다로 출발했고, 하와이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만 함께 했다. 그런 상황에서 큰 기대를 품는 것이 오히려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여행 후반부에 아내가 약간의 컨디션 저하는 있었지만, 큰 문제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것이 아내와 함께한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 정상적인 건강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짧지 않은 일정 동안 묵묵히 견뎌준 아내가 그저 고맙고, 그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었음이 무엇보다도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