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아, 영원히 함께 하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쉬는 시간, 점심시간 복도 지도를 하러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어찌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가만 내버려 두면 복도에서 질주를 하고 온몸으로 엎어치기, 메치기를 하며 장난을 친다. 그 순간 그들은 정말 재미있어한다. 해맑은 표정으로 얼굴 전체에 함박웃음이다. 어디서 저런 순수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진심 재미난 아이들..
그러나 우리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가장 우려하기에 복도를 다니며
"뛰지 마, 걸어 다녀야지, 그런 장난은 위험해, 뛰어다니고 싶으면 운동장으로 가자~~" 등등 행여나 아이들이 다칠까 봐 지도를 한다.
그날도 다름없이 오고 가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고 짧은 대화도 하며 아이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3반 반장 녀석이 다가와서는 대뜸 "선생님~ 다리 아프세요~?"물어보았다. 정신없는 와중에 그런 질문을 받은 터라 속으로는 순간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 어, 아니, 괜찮아, 어서 들어가" 이렇게 말하고는 보냈다.
그러고 가만 계산을 해보니 내가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한지 어언 17년 가까이나 되었다. 내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모르고 있고 좀 더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막연히 살짝 불편한가 생각하고 있을 거라 짐작을 해본다.
아직도 편하게 말하지 못하고 내겐 존재가 편하지 않은 나의 인공관절...
그게 뭐라고.. 그냥 관절이 안 좋아서 수술 좀 받았다고 하면 될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나와 함께 했던 불량 관절... 그게 내 고관절이었다.
콤플렉스일까..?
그렇겠지.
관절이 안 좋아서 젊은 나이에 인공관절을 했다는 게 장점은 아니니까 단점에 가까운 존재..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편하게 말하지 못하는 건
나를 안타깝거나 안쓰럽게 여길 거 같은 시선이 싫고
그냥 나는 나인데 인공관절을 해서 몸의 어딘가가 불편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는 게 싫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졌으며 자기 관리를 잘해서 어딜 가도 꿀리지 않을 외모(꼭 얼굴이 아니라...)로 당당히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냥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뭐 여러 가지다.
저녁 산책을 하면서 남편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여보, 나 걷는 거 불편해 보여? 티가 많이 나나?"
앞장서서 가보라며 뒤에서 보던 남편은
" 거의 잘 모르겠는데, 아주 살짝 오른발 디딜 때 조금 그런 거 같기도 해. 잘 몰라..."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말하길...
"다음엔 누가 물어보면 그냥 말해. 선생님 관절이 좀 안 좋아라고. 아주 젊을 때도 아니고 우리 나이즈음 되면 허리 아픈 사람도 있고 어깨 아픈 사람도 있고 다 비슷한 거야. 뭐 어때"
그런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 되나...
나만 그렇게 크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가끔 아이들이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해서 신경 쓸 때 그런 말을 해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한테 관심이 없어. 신경 쓰지 마...'
이 말을 나 자신에게 해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