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3월부터 지금까지 4개월간 너무도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진우가 사고를 친 것도 수십 개.. 흡연으로 넘어간 선도만 해도 3번째고 곧 4번째 선도가 있을 예정이다. 학교에서 흡연은 학생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고 다른 친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생활교육위원회, 즉 예전의 선도위원회에 회부된다.
일반적으로는 선도에 한 번 넘어가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고 한 번 넘어갔더라도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매우 큰 일이고 그 자체가 벌이다. 예전처럼 체벌이나 벌점이 있는 시대가 아니고, 그나마 우리 학교는 생활지도를 위한 지도증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그걸로 지도를 한다.
그런데 우리 진우에게는 선도가 그다지 벌이 아닌 거 같다. 입학하고 고작 4개월 밖에 안 지났는데 4번째 선도라니... 3차 선도까지의 벌은 교내봉사 처분이 내려졌다. 내용은 교실 및 복도 등 청소 봉사와 아침 일찍 와서 명심보감 쓰는 게 다였다. 대부분 벌 받는 아이의 모습은 어느 정도는 주눅이 들고 잘못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그날 해야 하는 봉사를 나름 눈치껏 성실히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 진우는 명심보감을 쓰다가 꾸벅 졸기도 하고 쓰레기 줍기 봉사를 시켰더니 자전거 타고 다니며 놀고, 청소하라고 했더니 같이 봉사받는 친구와 떠들기도 하고..
해서 생활지도 선생님들이 벌 받는 아이의 태도를 나무라기도 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도대체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걸까?
아무리 그래도 진우도 생각이 있겠지.
생각이라는 것을 하겠지.
자기도 생각을 하는 사람인데, 아직 14살 밖에 안 된 어린아이인데 언젠가는 변하겠지.
아직 아이니까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그건 긍정적인 성장일 수도 있는 거다.
진우가 하도 교무실에 불려 와서 혼나고 벌 받는 모습이 많아서, 그걸 지켜보는 나도 힘이 든다. 다른 선생님께 우리 반 아이가 혼이 나면 마치 내가 혼이 나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잘못을 했으니 혼이 나는 거고 잘못한 일을 혼내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도 이게 기분이 묘하다.
우리 반이라서 일거다. 내 아이들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은 진우가 마음에서 밉지 않다. 아직은 이 아이가 변할 거라는 걸 믿고 있다.
시간은 걸릴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이 아이가 조금씩 그래도 조금씩 좋게 변할 거라는 걸 믿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내게 에너지가 있다. 이 아이에게 내 마음과 시간을 쏟을 에너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