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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학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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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행 Aug 06. 2024

학교 일기

쪽지 시험

오늘은 사회시간에 쪽지 시험을 봤다. 우리나라 행정구역 명칭 쓰기. 많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일부 아이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경기도도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특별시의 위치도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간혹 이런 아이들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중1이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이번에라도 제대로 알고 넘어가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쪽지 시험이다. 

요즘 아이들은 채점도 쉽지 않다. 예전 같으면 친구끼리 바꿔서 채점하고 편하게 보는 게 쪽지 시험인데, 요즘 아이들은 상처도 잘 받고 예민하기도 하고 친구의 점수로 놀리는 아이도 가끔 있기도 해서, 그런 아이들이 한 명도 상처 안 받게끔 채점을 빠른 시간에 수월하게 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한 끝에 선생님이 직접 채점해줬으면 하는 친구만 손을 들라고 한다. 그러면 수줍게 눈치보면서 손을 드는 아이들이 반별로 몇 명씩 있다. 그 친구들은 내가 직접 채점해주고 나머지 아이들은 무작위로 다른 친구 꺼를 채점한다. 

 반별로 분위기가 참 다른 게 어떤 반은 만점인 아이들은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 이름이라도 불러주자 싶어서 호명을 하면 옆에 있는 친구들이 더 놀라운 표정으로 칭찬을 해준다. “ 너 그렇게 잘했었어?” “우와~~” 마치 자기가 만점인 양 기뻐하고 행복해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직 참 순수하고 마음이 따뜻하구나 싶다. 어른들처럼 질투하고 남의 성공을 시기하고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저 아이들의 저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잘 지켜주고 싶은 생각이 들고 마음이 예쁘다고 칭찬도 마구 해주고 싶다. 

 아직 5개 반의 쪽지 시험이 남았다. 이번 시험의 목표는 시험으로 잘하고 못함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완전 학습을 목표로 한다. 한 명이라도 더 우리나라 행정구역이 어디가 어디인지 정도는 알았으면 해서다. 그래서 이 시험의 커트라인인 3개 이상 틀린 친구들은 다음주 방과후에 재시험을 보기로 했다. 물론 수업이 끝나고 종례하고 청소 지도하고 나면 밀린 업무와 다음날 수업 준비로 시간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시키고 싶다. 아직 1학년인 아이들, 초등 6년을 이렇다할 시험없이 보내온 아이들이 이제는 시험이라는 이름으로 공부를 좀 더 진지하게 하고 흔한 상식으로 여겨지는 내용들은 기억했으면 해서 말이다. 

쓰다 보니 우리 집 꼬맹이도 평소에 지도와 가까워지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 올려놓은 지구본도 내려놓고, 여행 갈 때 우리나라 지도도 좀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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