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꾸러기
진우는 친구들을 좋아하고 잘 어울리며 기발한 생각으로 장난을 일삼는 귀여운 녀석이다. 심한 장난에 대해 뭐라고 잔소리를 하면 억울한 표정으로 뭐라 뭐라 대꾸를 한다. 가만히 들어보면 자기의 장난과 행동에 대해 나름 이유를 가지고 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다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행동한 경우가 많다. 그래도 밉지 않은 캐릭터라 심하게 야단친 적은 없다.
입학한 지 한 달 즈음되어 아이들 파악이 전체적으로 거의 끝나갈 무렵인데, 진우가 이번엔 다른 종류의 장난을 쳤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장난.
이건 좀 아니다 싶고 심각한 거라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시켜서 다른 반 여자친구에게 장난으로 가짜 고백을 시켰고 그걸 진심이라 생각한 여학생은 덜컥 마음을 열어버렸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장난인가..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여학생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우리 진우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아무리 중1 남학생들은 장난이 일상이라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이건 사람의 마음을 기만한 거란 생각이 든다.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거 같다.
월요일에 불러서 반성문을 쓰게 하고 이참에 그동안 잘못한 거를 다 적어보라고 해야겠다. 되도록 학부모에게 연락하지 않고 학교에서 충분한 상담과 훈육을 통해 가르치고자 하지만 이제는 가정에서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부모가 어떤 교육관과 철학을 가지고 아이를 교육하시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뒤늦게 알게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동안 진우가 해온 장난들은 참 종류도 다양하다. 가만 보면 같은 장난을 반복해서 걸리지는 않았다. 복도에서 공 놀이, 친구에게 심한 말, 수업 시간 자세 불량, 친구들과 장난으로 여자 화장실에 밀어 넣기 등 좀 많다. 그때마다 그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다짐을 받고 해 왔는데 그러다 보면 조금씩 다듬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매번 새로운 종류로 혼이 나는 걸 보면 어디까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한다.
월요일에 쓸 반성문에 아이의 진심이 얼마나 담겨있을지 궁금하다. 그걸 받아 들 부모님은 어떤 생각이실지도 궁금하다. 학교와 교사의 교육방침에 우호적인 분이시면 좋겠다. 누구라도 제 자식 귀하지 않은 집 없으니 자기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가 상처받는 일에 대해 같이 마음 쓰여하고 미안해하실 줄 아는 분이시면 좋겠다. 그런 분이라면 지금은 우리 진우가 장난꾸러기일지라도, 부모님의 가르침으로 점차 더 성숙한 어른으로 충분히 성장할 거란 믿음이 생길 거 같다.
내가 할 일은 34명의 우리 반 아이들과 그 중 몇 몇의 꾸러기들을 더 잘 키우는 일. 올해 나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과제이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