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로시니의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 음악
우선, 이 오페라는 이야기 못지않게 음악도 흥미진진하고, 신나고 멋지단다. 작곡가인 로시니는 심각하고 어두운 것보다는 재미있고 유쾌한 음악을 많이 만들었고, 이 오페라도 예외가 아니야. 오페라의 서곡만 들어도 그러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지. 오페라에서 서곡은 오페라의 내용과 분위기를 미리서 맛보기로 보여주는 것인데, 이 오페라 서곡은 아주 경쾌한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듣고 있다 보면, ‘여러분, 흥미로운 이야기 여정이 곧 시작됩니다, 기대되지요?’라고 말을 거는 듯하지. 로아도 서곡만이라도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특히, 이 오페라에서 음악은 이야기 내용에도 잘 들어맞아서 음악만 들어도 스토리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란다. 오페라에서 이야기 줄거리는 주인공 격인 등장인물들이 이끌어가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성품과 행동이 음악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 이 오페라에서는 주인공인 안젤리나와 더불어 특히, 새아버지인 돈 마니피코가 좋은 예이지.
막이 오르면 맨 처음 우리는 남루한 옷을 입은 안젤리나가 부엌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된단다. ‘옛날 옛적에 어느 왕이 있었네’로 시작되는 짧은 아리아이지. 안젤리나는 전혀 꾸밈없고 소박하고 수줍어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어. 오케스트라도 차분하고 조용하게 아리아를 받쳐주고. 안젤리나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새아버지와 의붓언니들로부터 구박받으면서 하녀처럼 부엌에서 일만 하는 자신의 처지에서도 잃지 않는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 담겨있어. 그러면서도 ‘왕은 화려한 여자가 아닌 순수하고 착한 여자를 선택했지’라는 아리아 가사처럼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남자에 대한 동경의 마음도 깃들어 있는 듯 들린단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안젤리나는 아리아를 통해 자신의 단호한 생각과 마음을 밝히는데, 이들 아리아에서는 주인공인 프리마돈나에 걸맞은 표정과 목소리, 노래 기교를 마음껏 펼친단다. 거지로 변장한 왕자의 스승 알리도르의 도움과 주선으로 왕궁 무도회에 등장하여, 모두가 베일을 쓴 미지의 기품 있는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때 “저를 아내로 삼고자 하는 분은 친절과 존경, 사랑을 주셔야 합니다”는 내용의 아리아를 부르는 모습에서, 그리고 왕자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며 마지막에 부르는 아리아 <이제는 슬프지 않아요>에는 안젤리나의 성품과 태도가 잘 담겨 있단다. 안젤리나가 부르는 이 세 장면의 아리아만 비교해서 들어도 안젤리나의 당당한 태도와 심성을 알 수 있을 것 같구나.
이 오페라에서 음악적 그리고 연극적 관점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역할은 새아버지인 돈 마니피코란다. 몰락한 귀족인 마니피코는 여전히 귀족 행세를 하고 허영심과 위선이 가득한 인물이야. 그가 부르는 노래 내용과 톤, 희극배우와 같은 코믹한 표정과 동작, 행동 연기는 그의 성품인 과장과 허세, 엉뚱함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지. 마니피코 역은 바리톤이 맡고 있지만, 그의 생각과 행동이 진지하지 않고 가볍고 엉뚱하고 변덕이 심해서 자주 목소리 톤이 바뀌면서 노래 역시 빠르고 가볍고 익살맞단다.
마니피코의 ‘익살맞은 베이스’란 듯의 바소부포 특성은 오페라 내내 등장한단다. 1막이 시작되고 첫 등장에서 ‘한밤중에 꿈속을 헤매고 있었는데’로 시작하는 딸들에게 들려주는 꿈 내용은 허황된 내용만큼이나 표정도 익살맞고 노래 목소리도 가볍고 우스꽝스럽지. 그가 왕궁에서 자리를 얻어 권세를 누리는 것을 상상하는 장면이나 자기 딸을 왕자에게 시집보낼 무모한 계획을 내비치는 장면에서 음악은 가볍고 빠른 템포, 변덕스러운 멜로디로 장단을 맞춰주는구나. 로아가 이 오페라를 보게 된다면 마니피코 때문에라도 이 오페라를 좋아하게 될 듯해. 안젤리나의 아리아만 뽑아서 듣는 것만큼이나, 마니피코의 ‘익살맞은 베이스’ 장면만을 따로 모아 감상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을 거야.
로아야,
생후 28개월인 지금의 로아가 한참 더 성장하기를 기다려야겠지만, 할아버지는 로아와 함께 이 오페라를 감상할 시간이 기대된단다. 신분의식과 가부장적 인식이 강했던 사회에서 무엇 하나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었던 하녀 처지의 여성이지만, 자신의 진실과 순수함, 당당함으로 외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신데렐라의 모습과 태도가 아름답고 멋지지. 마니피코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속사포 같은 노래 연기를 통해 당시의 가부장적 신분사회의 허세와 위선을 경쾌하고 흥미롭게 표현한 로시니의 멜로디로 감상하는 것도 즐거울 테고.
이들 음악적 표현만으로도 로아도 로시니의 <라 체네렌톨라>를 좋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