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Jul 09. 2020

한 생각이 책이 되기까지의 과정

2019년 1월 1일, 한 번도 밟아보지 않은 유럽 땅을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나는 정말 막연하게 이 경험으로 책을 써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처음 핀란드에 왔을 때 목표 중 하나가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핀란드에 도착하기 전 2~3번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어려웠던 목표였기에 핀란드에 와서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목표로 설정했다. 핀란드에 오니 글을 쓰고 싶은 거리들이 굉장히 많았고,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쓰는 글에 호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거의 매일 글을 썼고, 댓글들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쌓인 글들로 다시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2019년 1월 16일, 그렇게 브런치 작가에 선정이 되었다. 1년의 목표로 막연히 삼았던 것이 2주도 안돼서 이루어졌다. 생각보다 쉽게 이뤄진 목표에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얼떨떨했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참 열심히 썼다. 꽤나 좋은 성과들이 나왔고, 그중 하나의 글은 다음 메인에 노출되어 9만 명이 넘는 사람이 내 글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글을 쓴다는 기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글 쓸 거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매일이 새로웠고, 글을 쓸 주제는 언제나 메모장에 쌓여 있었고, 주제들을 실로 엮어 하나의 글로 만들어 낼 의지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기 위해 예민하게 곤두세운 신경과 쫑긋 세운 귀 덕분에 더 많은 것을 흡수했다. 경험들을 소화해서 글로 내뱉는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가야 했다. 


핀란드에서의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속에서 한번 소화해 글로 다시 뽑아내는 과정은 깊은 나를 만나게 해 주었다. 처음으로 "공부 잘하는"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던진, 나 그 자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보내는 매일은 나는 누구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다시 물어보게 도왔다. 그 경험이 많이도 좋았는지 원래 5개월이었던 교환학생의 경험은 늘고 늘어서 14개월이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출판사에 열심히 컨택을 했다. 내가 원하는 교환학생과 핀란드에 관련한 책을 내는 출판사들 리스트를 만들었고, 그 책들의 목차와 소개글들을 보고 어떤 식으로 책을 구성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각각 나름대로 그 출판사에 맞는 방식으로 내 책의 목차를 정해 이메일을 보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답장조차 없었고, 가뭄에 콩 나듯 오는 답장은 거절 메시지였다. 그러던 와중에 지금 출판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 하모니 북 대표님께서 메일을 주셨고, 미팅을 걸쳤다. 


2020년 4월 13일, 출간 계약서를 썼다. 그렇게 다시 책을 다시 탈고하고, 제목을 정하고, 표지도 만들었다. 


2020년 7월 8일, 텀블벅을 오픈했다. 

프로젝트 시작 40분 만에 목표금액 100%를 달성했고, 다음 날 아침인 지금 200%를 넘겼다. 현재 텀블벅 문학/에세이 부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https://tumblbug.com/happyfinland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책이 인기를 끌고 있네요.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OO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