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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대한민국"을 쓰기 위해

by 안건

이 인터뷰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대한민국>을 미래에 쓰기 위한 전초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1. 스몰 토크: 작가님 취미는 무엇인가요?


가장 사랑하는 취미는 바로 교환학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여행입니다.

교환학생의 꽃은 역시 여행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나라가 가까이 붙어 있어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행의 부담이 적고, 국경 간 이동 역시 상대적으로 손쉽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예전에 사귄 친구들을 다시 만날 때이다. 영국과 독일에서 창순이 형, 터키에서 구프란, 그리고 그리스에서 마리아나를 만났다. 이전에도 좋은 친구였지만, 다시 만나면 더욱 반갑다. 그리고 현지인만 아는 현지 맛집 혹은 명소에 갈 수도 있다. 현지인과 같이 붙어 다니면서 관광객과 현지인을 구별하는 법 따위를 들으면 저절로 어깨는 으쓱해지면 준 현지인의 상태로 도시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뽑으라면 상위권을 앞 다퉈 쟁취할 것이고, 언제나 3순위 안에는 들어갈 것이다. 여행이라 함은 이동을 포함한다. 이동이 좋은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때문이다. 다른 날 하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집중을 해야 하고, 딴짓을 하고 싶은 나의 욕구를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여행의 첫날, 이동하는 날은 다르다. 물론 계획표에는 이동하는 동안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듣고 작성해 놓았다. 하지만 이는 부가적인 목표일 뿐이고, 주된 오늘의 목표는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하는 것이다. 아무리 긴 비행기든 버스든 시간에 맞춰 탑승하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나의 하루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는 동안 평소 쓰고 싶었던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면 무려 추가적인 일까지 달성하는 아주 알찬 하루가 되는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가 생각이 난다. 첫째는 새로운 관점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기둥은 관점이다.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어야 내 인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고, 인생의 방향이 있어야 우선순위를 정해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투자할 수 있다. 관점을 가지는 방법은 경험이다. 그렇기에 인생에서 중요한 교훈은 모두 경험에서 나온다. 모든 사람에게는 시간적 경제적 제약이 존재하기에 모든 경험을 직접 할 수 없다. 그래서 간접경험을 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직접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만한 것은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존재하고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지만, 여행을 가면 느끼고 깨달을 수 있다. 건물의 양식부터 사용하는 언어, 사람들의 옷차림과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조금만 움직여도 다르다. 그렇게 깨달을 수 있다. 바로 옆 나라인 핀란드와 러시아가 얼마나 다른지, 핀란드 내에서 헬싱키와 오울루는 또 얼마나 다른지를 말이다.


둘째는 휴식이다. 나는 천성적으로 잘 못 쉬는 사람이다. 언제나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고, 집에서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 덕분에 중고등학교, 대학교 괜찮은 성적과 학점을 얻었고, 대학에서도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했다. 좋은 일이다. 다만,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는지 언제부턴가 잠을 못 자는 후유증도 같이 생겼다. 열심히 관리 중이지만, 요즘도 가끔 잠에 들기 전까지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하다 잠에 들려하면 글에 쓰고 싶은 내용이나 나중에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연구주제 등이 계속 떠올라 잠에 들지 못한다. 그 상태를 여러 번 경험하고 나면 잠에 드는 것 자체가 걱정거리가 되어 잠에 대한 생각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여행을 가면 참 잘 쉬어진다. 여행을 가서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밤늦게 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느라 여행을 가서 더 피로해져서 돌아온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 참 잘 쉬어진다. 내게 필요한 휴식은 주로 육체적 휴식보다는 정신적 휴식일 때가 많다. 피곤할 때 잠에 들고, 적절히 원할 때 일어나 시내를 구경하고, 시내를 걷거나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면 항상 긴장하던 뇌가 한숨을 크게 쉬는 것이 느껴진다. 걸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생각 혹은 몽상을 여유롭게 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의 방향성도 잡히고, 앞으로 지낼 시간의 계획이 제법 구체적으로 잡힌다.


2.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교환학생은 핀란드에서 전서계 친구들과 함께하는 제게 있어 대학생활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에요. 더 밀도 있게 꽉꽉 담아서 기억해 두고 싶었어요.

핀란드에 가서 하는 소중한 경험을 그냥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전에 글을 원래 썼었다. 그럼 원래라면 날아갈 생각들이 인터넷 공간에 남는 효과,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것이 너무 좋았다.


마침 핀란드에 오니 글을 쓰고 싶은 거리들이 굉장히 많았고,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쓰는 글에 호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거의 매일 글을 썼고, 댓글들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쌓인 글들로 다시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2019년 1월 16일, 그렇게 브런치 작가에 선정이 되었다. 1년의 목표로 막연히 삼았던 것이 2주도 안돼서 이루어졌다. 생각보다 쉽게 이뤄진 목표에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얼떨떨했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참 열심히 썼다. 꽤나 좋은 성과들이 나왔고, 그중 하나의 글은 다음 메인에 노출되어 9만 명이 넘는 사람이 내 글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글을 쓴다는 기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글 쓸 거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매일이 새로웠고, 글을 쓸 주제는 언제나 메모장에 쌓여 있었고, 주제들을 실로 엮어 하나의 글로 만들어 낼 의지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기 위해 예민하게 곤두세운 신경과 쫑긋 세운 귀 덕분에 더 많은 것을 흡수했다. 경험들을 소화해서 글로 내뱉는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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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의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속에서 한번 소화해 글로 다시 뽑아내는 과정은 깊은 나를 만나게 해 주었다. 처음으로 "공부 잘하는"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던진, 나 그 자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보내는 매일은 나는 누구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다시 물어보게 도왔다. 그 경험이 많이도 좋았는지 원래 5개월이었던 교환학생의 경험은 늘고 늘어서 14개월이 되었다.


최종적으로는 브런치에서 한 단계 나아가 14개월의 경험의 농도를 더욱 진하게 만들고 싶어서 책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결과적으로 아직도 핀란드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다.


3. 책 소개 (작가님이 구상하시는 방법 대로)


"이 책은 여행기입니다"

어떻게 이 책을 정의하는 것이 좋을까 많이 고민했다. 교환학생 14개월, 여행이라고 하기엔 제법 긴 시간일 수도 있지만 이는 여행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 여행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생활이다. 대부분 북부지방 오울루에서 지냈지만, 부단히 다른 곳으로 떠나 다녔고, 익숙해져 무감각해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행기다.


작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기를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 하 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정의한다.


나의 목적은 아주 확고했다. “핀란드의 교육” 90년대 생으로 대표되는 (나를 포함한) 세대는 핀란드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높은 Pisa 순위를 가지고 있는 두 나라, 그러나 다른 행복도로 핀란드 교육에 언론은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대체 어떤 교육 시스템을 가졌는지 알고 싶어 떠났다. 대부분 교육학 수업을 들었다.


그러나 교육은 생각보다 큰 톱니바퀴였고, 교육의 모든 톱니바퀴를 모두 이해하기엔 너무도 많은 역사, 문화, 사회가 함께 돌아가고 있어. 아쉽게도 핀란드 교육에 대한 이해는 얻어오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얻어 온 것은 첫째로 의외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다. 미우나 고우나 내가 태어난 나라고, 어쩔 수 없이 나를 가장 크게 정의하는 정체성이다. 한국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해결해 오며 지금까지 왔다. 세상에 완벽한 나라는 없고, 세상에서 가장 발전된 나라도 국민은 언제나 불만을 품는다.


둘째로 얻어 온 것은 가장 약한 사람을 위한 배려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대학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다수보다는 소수자에게 먼저 신경을 써주고, 강자보다는 약자에게 더 자애롭다. 다양한 가치를 최대한 포용하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에서는 핀란드에서의 일상과 그 나라에 대한 관찰, 배울 점, 세상의 다양한 가치 그리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등을 서술했다.


4. 핵심 메시지


world happnesss repor라는 곳에서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 어디인가 조사를 해요. 그래서 2018, 2019, 2020년에 가장 행복한 나라가 바로 핀란드입니다. 여러 가지를 모두 책정해서 점수화한 것인데요. 7가지 정도를 모두 고려해서 계산한 결과입니다. 사실 행복이라는 것이 워낙 개인적인 부분이 많은 것이라서, 핀란드에 산다고 그 사람이 무조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고,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무조건 행복하지 않은가 하면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연구 결과로써, 어떤 평균적인 개념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고신뢰 사회.


사람들이 무임승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자발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금액을 지불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대다수 사람이 무임승차를 하는 사회라면 위와 같은 형식은 사용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 렌트 샵에서 물건을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극소수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신뢰가 가능한 것이다. 신뢰는 실질적,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다. 개찰구가 필요하다면 개찰구를 설치하는 데 비용이 필요하다. 사람이 많은 바쁜 시간 개찰구 때문에 발생하는 병목현상은 모두의 시간을 뺏는다. 이 역시 비용이다. 신뢰가 있다면 개찰구는 필요 없다. 반납 후에 물건의 수량을 모두 체크하는 것, 보증금을 받는 것, 라커를 이용하는 것. 이 모든 것은 다 비용이다. 그러나 소비자와 판매자가 서로를 믿고 검사하지 않으면 많은 비용이 감소한다. 이것이 “고신뢰”의 뜻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유이다.


한국도 이제는 신뢰를 중요시할 필요가 있다. 당장 눈앞의 성공과 부에 먼저 눈을 기울이는 것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보고, 서로가 한 약속을 지키자


개인 공간


평등한 문화란 서로에게 예의를 잘 갖추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서로에게 예의 바를 수 있을까? 이는 바로 상호 간 절대적인 개인 공간에 대한 존중 때문에 가능하다.


개인 공간(personal space)은 한 때 한국에서도 핀란드를 생각하면 사람들이 자주 떠올렸던 이미지 중 하나이다. 정말 최대한 멀리 떨어져 서 있는다.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의 물리적 공간을 존중하고 그 가까이 가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는 물리적 개인 공간뿐 아니라 정신적 공간 역시 포함한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굳이 캐묻지 않는다. 한국의 정서 특성상 좋게 말하면 "정",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일에 참견하는 일이 많다. 상당히 사적인 질문, 그리고 별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당장 공유하고 싶지 않은 소식들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많다. 그러한 경험은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박스에서 벗어나는 경험


창의성은 21세기 우리에게 큰 화두다. 그리고 창의성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자신의 박스 안에서만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만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 하나의 맥락 안에서만 생각하는 습관이 창의성을 방해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인재가 지녀야 될 최고의 덕목에는 항상 창의성이 등장하고, 창의성을 함양하는 교육제도의 개선을 위해 많은 국가의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창의성에는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능력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흥미롭게도 창의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에는 환경적인 제약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한 나라의 문화, 관습, 제도, 규정 등의 제약으로 인해, 생각의 자유에 제한이 가해지고,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디어들을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이러한 생각의 제한에 자유를 가져올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생각이 다른 사람에 둘러싸여, 생소한 환경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핀란드라는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나라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저자가 경험한 핀란드의 일상과 여기에서 비롯된 핀란드와 대한민국에 대한 감정과 생각, 그리고 고민을 담아 놓았다. 여기에는 누구든지 쉽게 공감하는 내용도 있고, 저자 만의 독특한 시각이 담겨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자유로운 생각을 만들어 가는 저자의 소중한 경험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경험이 공유되기를 바라고,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명언처럼, 세계를 보는 열린 지성과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보다 발전된 미래를 만들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5. 구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과 팁


한국에서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은 언제나 가지게 되는 의문 중 하나다. 나아가 함께 졸업한 고등학교 동기나, 대학교 동기들이 취업하거나 멋진 일을 하면 축하보다는 부러운 마음이 먼저 들곤 했다. 그들과 나를 다시 수직선에 놓고 비교하기 마련이었다. 핀란드에서는 개인 공간이 중요하다. 이는 물리적인 공간보다 오히려 정서적 공간을 말한다. 함부로 남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고, 특별히 내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닌 이상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안녕과 행복이다. 다들 뭘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고, 이 일이 맞지 않는다면,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쉽게 새로운 진로를 찾는다. 수많은 복지혜택이 있기 에 가능한 일이다. 컴퓨터공학 수업에서 수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수업을 듣고 있노라면 사회와 남의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것을 안 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진정하고 싶은 일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남들이 가는 길이라고 해서 꼭 그 길을 가야 할 필요 없다. 어차피 그 길이라고 해서 쉬운 길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길이 더 쉬운 길이라 는 장담 역시 없다. 그러나 기왕이면 내가 선택해서 자발적으로 걷는 길이 더 예쁘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겠는가.


18개월의 여행 동안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 단 하나 있다면 글쓰기다. 글쓰기는 내 감정과 경험을 한글이라는 어떤 언어를 통해 그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의 조각가가 된 기분이다. 아무 모양 없는 돌처럼 두루뭉술한 감정과 생각을 다듬고 깎아 하나의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 다듬지 않았다면 그냥 돌에 지나지 않았을 생각과 감정이 글쓰기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핀란드라는 가장 행복한 사회를 엿봤을 수도, 넓은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갈 동기부여나 용기를 얻었을 수도 있고, 한국사회의 현주소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보았을 수도 있다. 혹은 이따위 책 나도 쓰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뭔가를 느꼈다면 그것은 글쓰기의 힘이다. 그러니 지금 느낀 큰 돌덩이를 키보드라는 정을 들고 조각하여 한번 멋진 조각을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한 줄이라도 좋다. 지금 시작한 글쓰기는 훗날 당신의 인생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 감히 자신한다.


6. 마무리 인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한국>을 제 인생의 말년에 저술하는 것이 제 작가로서의 인생의 목표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앞만 보며 달려왔다. 달려오느라 바빠 뒤를 돌아보기는커녕 경주마처럼 양 옆의 시야마저 차단했다. 남들을 제치고 빠르게 달리느라 속에서 곪아 터지는 문제들은 모두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만큼 달리기도 힘들고, 더 이상 제칠 대상도 많이 없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속에서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바라볼 시간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핀란드가 전 세계에서 가장 선진국이자,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달리기를 잘해서가 아니다. 개인 한 명 한 명을 신경 쓰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대학교 안에도 유치원을 만들어 놓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들에 대한 따듯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국은 열심히 달려왔다. 그러나 뒤를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이제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앞을 바라보며 달려 나가는 발전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며 지금껏 소외된 집단이 어디였는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자기 목소리도 내지 못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를 더 행복하게, 그리고 더 발전된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핀란드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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