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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02. 2019

오울루대학 학식으로 본 워라벨

오울루 대학 핀란드 교환 학생 일기#15

점심은 주로 오울루 대학의 학식을 먹는다.

처음에 과일을 담고

이후에 파스타와 쌀, 감자 등을 담고

메인 음식 중 하나를 골라 담는다.

마지막으로 빵을 원하는 만큼 잘라간다.

그러면 이러한 학식이 보통 완성이 된다.

음료까지 합쳐 2.60€ (한화 3300원 정도)

다른 물가를 감안했을 때 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한 가격(빅맥 세트가 만원 넘는다.)이다.  최대한 많이 이용하려고 한다. 학식을 이용할 때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1. 이용 시간이 정말 칼 같다.


보통 이용시간이 점심식사는 2시나 2시 반까지로 식당별로 상이하다. 그런데 정말 2시가 땡 하면 정확하게 정리한다.


심지어 친구들이랑 이용시간 거의 끝에 같이 갔는데, 나는 중간에 잠깐 딴짓을 하느라 30초에서 1분 정도 늦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내게는 2시가 딱 되었다고 내게는 음식을 팔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 상황이면 그냥 빨리 받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곤 했다. 그래서 친구들 모두 학식을 먹고 있을 때 나는 옆에 있는 서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서 같이 먹었다.


그 샌드위치를 사서 먹으면서 참 야속하다는 생각을 처음엔 했다. 그러나 차차 다시 생각을 해보니 오히려 이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한 명 입장에서는 학식을 먹지 못해 아쉽지만, 그분들은 정해진 퇴근 시간이 있다. 나 한 명 때문에 정해진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오히려 실례이다. 다음부터는 내가 2시에 딱 맞춰서 올 것이 아니라, 한 5분에서 10분 여유 있게 오면 될 것 아닌가.


한국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마감시간이 12시까지인데, 손님들이 밀어닥치는 바람에 주문받고 음료 만드느라 10~15분 더 늦게까지 일했다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한국에서는 마감시간 딱 되었다고 해서 칼같이 거절하면 오히려 매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사실 나는 그럴 때 어떻게든 나의 편의를 위해 "이것만 주문하면 안 될까요?" 부탁을 많이 하는 손님이었다. 특유의 철면피로 대부분 성공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소비자로서 나의 정당한 요구를 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이나 룰을 약간이라도 벗어나는 부탁은 최대한 지양하도록 해야겠다. 한국에서는 특히 업주 입장에서 거절하기 힘들다. 거절하기 힘든 부탁이니 요구를 줄여야겠다. 그래야 우리나라에서도 저녁 있는 삶. 여유 있는 퇴근 후의 삶이 생길 것이 아닌가.



2. 금요일은 30분 일찍 닫는다.


이곳에서는 휴일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금요일은 이미 휴일 분위기이다. 직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학교에는 금요일에 확실히 사람이 거의 없다. 수업이 없고, 대부분 금요일 저녁에는 파티를 한다.


여기까지 대학의 분위기는 사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는 추가적으로 금요일에는 모든 음식점의 운영시간이 30분 짧다. 평소 2시까지 라면 금요일은 1시 반까지만 하는 것이다. 더 일찍 퇴근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3. 주말은 문을 닫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주말은 문을 닫는다. 일요일까지 점심 저녁 모두 제공하는 우리 학교와는 대조적이다. 그나마 학식은 토요일 점심은 열어 준다. 그리고 주말에 시내를 가면 문을 연 가게가 거의 없다. 맥도널드 정도? 다들 평소에는 일을 열심히 하지만 주말에는 꼭 쉰다. 휴식이 인생에서 아주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 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계속 회자가 되었던 "워라벨"이 이곳에서는 이미 정착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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