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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08. 2019

핀란드에서 배우는 섬세함.

오울루 대학 핀란드 교환 학생 일기#18

핀란드에서 배우고 싶은 점을 정리해 보았다.

당연히 핀란드에도 단점이 많다. 그러나 역시 배울 점도 많다. 무조건 부러워하고 극락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사소한 점들이 선진화된 국가를 만들었는가 배울 필요가 있다.



1. 젠더 이퀄리티.

여성 전용 이용시간이 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알다시피 북유럽 국가는 젠더 이퀄리티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아이를 낳으면 유급으로 1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를 가진 사람의 파트너도 1년의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당연해 보이는 이 표현도 참 섬세하다. 남편이 아니라, 아이를 가진 사람의 파트너이다.)


전반적으로 친구들에게 젠더 이퀄 리티에 대해서 물어보면 남자와 여자에 크게 상관없이 큰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핀란드어 에는 3인칭 대명사인 그(그녀) 혹은 he, she의 구분이 없다. han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녀)는 선생님이다.라는 표현은 han on opettaja로 표현된다. 즉 문장을 통해서 성별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언어는 사고방식을 만든다. 사소해 보이지만 사람을 생각할 때 성별을 덜 생각하게 되는 큰 효과가 생길 것이다.



2. 아름다운 자연.


이건 정말 사소해 보이지만 엄청나다. 항상 낮에 밖에 나가면 경치가 끝내준다. 매일 등굣길에 힐링을 받으며 집을 나서곤 한다. 가끔 사진에서도 보이겠지만 나무가 정말 많다. 사람 수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러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아주 철저한 분리수거. 모두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텀블러. 낮은 층수는 엘리베이터보다 계단. 비닐봉지 사용 지양.


사소한 행동들이 중첩되어 변화가 생긴다.


한국도 이제는 환경을 생각할 시기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엄청 고생하고 있지 않은가.



3. 여유. 커리어 체인지


커리어 체인지가 많다. 여기서도 성인이 되고 나면 "이건 내가 진짜 원한 게 아니었어" 하면서 한 번쯤 현자 타임을 맞게 된다. 보통 현실과 타협하고 참을 인을 3번 떠올리며 다시 출근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본인이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경우가 매우 많다. 가능한 이유를 뽑아 보았다.



1) 일단 사회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주위에 그런 사람이 전혀 없으면 그건 별난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별로 어려울 것 없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고 있고 주위에 사람들이 그럴 때 쉽게 커리어를 바꾸고 굶어 죽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2) 대학이 공짜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도 포함된다. 핀란드는 대학이 공짜다. 학생이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도 지원받고 학식도 매우 저렴하다. 크게 돈이 들지 않는다. 커리어 체인지를 원하면 어느 정도의 돈을 모으면 리스크가 그렇게 까지 높지 않은 것이다. 



3) 정말 일자리가 사라지고 일자리를 더 이상 구하지 못해 피치 못해 대학에 들어간 경우는 지원금을 받는다.


여기에도 회사의 문제가 생겨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대학을 다닐 때 지원금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커리어를 체인지할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적고, 주위에 그러한 사람도 많으니 더욱 커리어를 바꾸겠다는 결심을 많이 하는 것이다. 대학을 다니다가 전공을 완전히 바꾸거나 직장에 다니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사람이 정말 많다.

커리어를 바꾼 사람들은 역시 조금씩은 시간을 "낭비" 했다는 조바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정도는 적다.



4. 섬세함.  배려.

언제나 이런 질문은 기본이다. 행사에 참여할 때면 이런 질문이 무조건 있다.

하다못해 친구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준비할 때에도 항상 비건이 있는지, 혹시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있는지, 우유는 어떤지, 글루텐은 어떤지 꼭 물어본다.


보드게임을 할 때 색을 구별해야 하는 게임에서는 적록색맹이 있는지 물어본다. 


한국에서 필자는 한 번도 이러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주변에 가끔 있는 채식주의자 들은 스스로 자신의 식사를 준비하거나 보통 사람이 많은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인 사람들은 이러한 배려가 참 고마울 수 있다. 내가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봐 주는 사소한 배려. 이러한 배려는 정말 배우고 싶다.



한국도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고 조금 더 섬세한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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