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문가 20명과 인터뷰한 후기
책을 출판했다. 제목은 <AI 내부자들>. 인공지능을 직접 연구하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자신의 분야의 혁신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한국의 AI 산업계와 MIT, 스탠퍼드, 하버드 등의 학계를 아우른다.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분들의 의견을 모아 책을 만들며 가진 확신이 하나 있다.
인공지능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깊게 사고하는 능력이다.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다. 중간정도 수준의 박사과정 학생이 육 개월은 걸려야 작성할 수 있는 리뷰 논문은 챗지피티의 딥리서치를 사용하면 대략 10분 정도면 완성된다. 이전에 한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소프트웨어 개발 시간도 커서와 리플릿을 사용하면 1주일 내로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세상에 천천히 깊게 생각하는 능력을 강조한다니 뜬금없다고 느낄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희소성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이 천천히 살아가고 있을 때 출중한 능력으로 빠르게 제품을 만든다면 그것은 가치 있다고 여겨질 것이다. 요즘처럼 모든 사람이 인공지능의 혁명 덕분에 -혹은 때문에- 빠르고 신속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 반대의 능력이 희소해진다. 그리고 드물기 때문에 가치 있어지는 것이다. AI내부자들의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정말로 AI의 혁명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차분하다. 안으로 침잠한다.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생각하거나 몰입한다는 것이다.
깊게 사고하는 능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늘려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읽기와 쓰기. 인간의 지식이 혁명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고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지식과 경험을 글의 형태로 남기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식이 쌓였다. 뉴턴의 말을 빌려 "거인의 어깨에"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 사람들의 시간이 다시 보고 듣는 것에 소비되고 있다. 인공지능에게 귀찮은 일을 맡기고 남는 시간에 다른 사람이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만든 숏폼을 보며 시간을 사용한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축적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인 읽기와 쓰기를 하는 사람의 수가 다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읽기란 분명 끈기가 필요한 일이다. 유튜브처럼 영상효과도 넣어주고 화려한 색이 있는 영상 매체를 보거나 들으면서 지식을 얻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혹자는 물을 수도 있다. 당연히 그렇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절대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강조하는 것은 나라는 사람의 경쟁력을 어떻게 차별화할지다. 먼저 같은 시간 동안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생각해 보자. 읽기와 듣기는 속도의 측면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같은 책을 읽는 것과 듣는 것을 비교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영상의 형태로 제작하는 많은 사람들은 결국 텍스트를 읽고 그것을 글의 형태로 적어서 만드는 것으로 그것을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써보려 한다. 읽기에 필요한 끈질김을 다시 기르고 싶다.
글을 쓸 때 비로소 이야기를 재창조할 수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결국 모든 것은 재창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재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 낸다고 나는 믿는다. 인간은 이야기를 사랑하는 종이다. 산발적으로 전해지는 정보는 오랜 시간 동안 기억하지 못하지만, 구조를 가지고 흥미를 이끄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끈기 있게 읽고, 오래 관찰하고, 깊게 생각했을 때 오래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이야기라고 해서 소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논픽션도 심지어 논문도 결국은 좋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잘 읽힌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글쓰기로 돌아가려 한다. 오랜 시간 동안 글을 많이 작성하지 않았다. 대학원을 들어가느라 바빴고, 아이를 기르느라 바빴다. 그러나 결국 AI 시대에서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며 느낀 것은 내가 사랑하는 "글쓰기"가 가장 중요한 능력이 오히려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5권의 책을 내었고, 나의 가장 큰 정체성은 작가다. 그러나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영어로 생활해야 하는 삶을 살고 나서부터는 영어 글쓰기가 한국어 글쓰기만큼 즐겁지 않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게을리했다. 이럴 때 AI시대의 편리함을 이용해보려 한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어 글쓰기를 AI를 이용하여 옮기면 이제는 제법 나의 목소리를 잘 바꾸어 준다.
그래서 다시 우선순위를 바꿔 글을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