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서 MIT대학원 첫 학기

by 안건

아빠로서의 과제는 내 인생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과제다. 아빠로서의 대학원 첫 학기가 끝났다. 올해 4월에 아들이 태어났다. 4.5개월 육아휴직을 하며 모든 시간 동안 아이를 기를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두 명이서 4.5개월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이었다. 그 기간 동안 대학원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월급과 혜택도 다 받았으니 더 기쁘게 느껴졌을 것이다. 처음 2주가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고, 그 이후부터는 조금씩 적응해 가며 할만해졌다. 아빠로서의 삶에 다 적응해갈 때쯤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돌아왔다.


아빠로서의 삶이 난이도가 정말 높은 이유는 다른 일들과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학기 내 인생에서 단연코 가장 바쁜 학기였다. 다섯 번째 책을 출판했고, 수업을 두 과목 들었고, 수업조교 (Teaching Assistant)를 해야 했으며, 연구를 해야 했고, MIT에서 지원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Reseracher2Entrepreneur)에 선정되었고, 기숙사조교(Graudate Resident Advisor)로서 학생들에게 멘토역할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아빠이자 신생아를 기르는 아내의 남편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했다. 이렇게 적어보니 대체 어떻게 이 과제들을 전부 다 수행했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잠 못 자는 나날들은 기본적 전제다.


아빠로서의 삶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계획이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하루를 미리 계획하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 하루 전날 다음날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한다. 성공적인 날들을 주로 그 계획을 빠짐없이 집중해서 보낸 날들이었다. 하지만 아빠로서의 삶에서는 계획을 잘 세우는 것보다는 계획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계획을 계속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 예를 들어 5시 이후에 퇴근해서 7시에 아이가 잠들 거라고 계획한다고 해서 아이가 7시에 잠든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다. 아이가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면 당연히 그에 맞게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내가 다음날 집중을 요하는 논문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아이가 그날 밤 잠을 깊게 자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전날 잠을 못 잤다면 그다음 날 중요한 일정만 처리하고 일부 시간은 낮잠을 자야 한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내가 원하는 정도의 집중력으로 내가 원하는 정도의 시간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정하고, 바꿔야 한다. 기저귀 발진이 일어나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서, 감기에 걸려서, 병원을 가야 한다. 어린이집을 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 전화를 받고 병원을 가야 한다. 다음 날 원래 어린이집을 갈 예정이더라도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어린이집을 못 간다. 즉, 아이를 돌봐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날 계획 전부 수정이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가 옆에 온전히 있어주는 것이다. 이 단순해 보이는 문장은 생각보다 난도가 높다. 바로 "온전히"라는 단어 때문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수면의 질이 많이 안 좋은 상태다. 그 상태에서 아이와 놀아주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아이가 제법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이때 옆에서 아이가 노는 것을 관찰하고 아이가 넘어지려고 할 때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스스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멍을 때리게 되거나 휴대폰을 만지고 싶다는, 혹은 넷플릭스로 가서 시트콤을 아무런 생각 없이 보고 싶다는 강력한 유혹이 다가온다. 이미 잠을 자지 못한 상태로 8시간의 일을 하고 온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자. 하지만 꼭 그렇게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앉아 있다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울고 있다. 그때 참 속상하다.


f06cf673ff85f8bbb2b7f687f1afa0d1ace557796351323fd8484ef79140.jpg 그래서 이런 머리꿍 쿠션이 있는 것 같다.

아빠로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체력과 시간이다. 28살에 아빠가 되었다. 아내는 25살이었다. 24살에 결혼한 이후 언제 아이를 가지면 좋을까 계속 생각했다. 어떤 것들이 준비되었을 때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느 정도 돈을 모아 놓은 이후가 적절할까? 내 소유로 집이 있어야 하나? 적어도 자동차는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다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많은 것들을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위에서 고민한 것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를 가지기로 결정했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것은 확실했고, 아내도 같은 의견이었다. 주변의 선배들에게 물어봤을 때 전부 돌아오는 답변은 아이를 가지고 싶다면 빨리 가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정말 훌륭한 조언이었다. 특히 아이와 "온전히" 함께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아이가 까꿍을 34번 연속할 때 34번 웃어주기 위해서는 강철 같은 체력이 필요하다. 처음 두 번은 너무 귀엽지만, 10번 넘어가면 이건 이제 체력전이다. 체력이 부족할수록 그나마 있는 약간의 휴식시간에 스마트폰과 유튜브로 끌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나 스스로 다짐하는 것은 나의 체력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니 허리도 자주 아팠고, 온전하게 아이에게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니 이 글에서 내가 다짐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수영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겠다는 것이다. 음식도 최대한 기름지지 않은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 운동을 해야 체력이 생기고, 체력이 생겨야 그나마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할 정신력이 생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다. 잊지 않고 체력 기르기에 나의 가장 큰 우선순위를 놓아야겠다.


이렇게 학기가 끝난 것을 자축하며 글을 쓰고 있을 때 아이가 밤새 울기 시작했고 열을 재보니 열이 39.2도까지 올라갔다. 다음 글에서는 아빠로서 처음으로 간 응급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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