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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Aug 06. 2021

전기차 패권전쟁

닛케이 비즈니스 리뷰(2021.08.02)

2019년 도쿄 모터쇼, 다임러의 전기차와 르노의 신차


 자동차 산업의 규칙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확실히 일본 기업들은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듯하다.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강국 일본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술력 측면에서 일본 기업들이 밀릴 일은 없겠지만, 그 변화의 의지와 실행력면에 있어서는 의문이 든다. 

 

유럽에서부터 자동차 산업의 규칙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2035년에는 배기가스 배출이 0인 차량만 판매가 가능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내연기관차는 물론 기존의 하이브리드 차량도 사실상 판매가 금지된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전기차인데, 유럽 전기차 시장이 심상치 않다. 2019년까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은 중국이었지만, 2020년 유럽이 판매대수에서 중국을 추월하고 세계 1위가 되었다. 


 이는 정부의 당근과 채찍, 그리고 그에 대응한 유럽 자동차 회사들 판매전략의 결과다.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은 전기차 구입 시 4000~9000 유로 정도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편, 자동차 제조사에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킬로미터당 95g 이하가 되지 않는다면, 1g 초과에 95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폭스바겐, 르노 등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70~9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야심 찬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과거 연비 부정, 디젤 게이트로 소비자들과 주주들의 신뢰를 상실한 적이 있는 폭스바겐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4년 테슬라를 뛰어넘자는 Mission T의 깃발 아래 보다 효율적인 전기차 생산과 판매를 위해 4가지 측면에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전기차 제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 절감을 위해, 스웨덴의 North Volt사, 미국의 Quantam Escape등과 합작하여 배터리 위탁생산과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자사 그룹사인 포르셰를 통해 독자 전지 셀의 개발과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그룹 산하 회사들 간의 연계를 강화하여 아우디, 포르셰, 폭스바겐 전체가 전기차 전환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조정 중이다. 동시에 에너지 산업에 진출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 급속 충전시설 인프라 등에 투자를 하여 전기차 생태계 전반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에는 4가지 큰 벽이 있다. 충전 인프라, 높은 제조원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리고 고용감소의 우려이다. 하지만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며 4가지 벽을 넘으려고 하고 있다. 


충전인프라 확충

 우선 충전 인프라의 확충이다. 유럽 각국은 문제를 조기에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여 2020년에는 5년 전에 비하여 급속 충전시설이 4.3배 증가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세계 1위로, 인구 1만 명당 38개의 충전기를 자랑한다. 이는 일본의 16배에 달한다. 현재 유럽 국가들 사이의 차이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남유럽과 북유럽 국가들), 각 자동차 회사들도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충전인프라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높은 제조원가 

두 번째는 높은 제조원 가이다. PwC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가솔린 파워트레인의 제조원가는 약 4500 유로, 하이브리드가 7500유로, 전기차가 8000 유로 정도로 전기차가 약 내연기관에 비해 1.7배이다. 원래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산업에서 이 정도의 제조원가차이는 회사의 재정상황에 큰 영향을 준다. 8000 유로 중 전지 시스템이 80%를 차지하며, 그중 원자재값이 75%를 차지한다. 폭스바겐은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차량의 플랫폼화를 통한 전지 시스템 원가 삭감, 증산, 생산 효율성 개선을 통해 2~3년 이내 가솔린차와 같은 이익률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원재료인 코발트와 리튬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코발트가 없는 배터리 개발, 혹은 전지 리사이클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배터리 자체를 다른 사업의 수단, 에너지 그리드 사업에 쓰면서 추가적인 수익성 확보 노력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감소?


세 번째는 의심스러운 이산화탄소 감소량이다. 표면적으로 전기차는 이산화탄소 절감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폭스바겐의 발표에 따르면 자동차의 생산부터 주행 그리고 폐차라는 라이프 사이클의 관점으로 보면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폭스바겐은 공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로 바꾸어가는 노력 중이다.  실제로 유럽 공장 대부분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감소하는 고용 

 마지막은 고용문제이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고용 측면에서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부품 업체를 포함한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고용 감소의 우려에 대하여 2가지 목소리가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약 10만 명의 고용 손실을 예측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유럽의 전기차 생산의 90%가 현지 생산일 경우, 고용 감소는 현재의 1%에 불과하거나,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요한 전제조건은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폭스바겐, 르노 등은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새로운 환경과 타 업체들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하여 현지 생산과 V2G: Vehicle to Grid를 포함한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근본적인 의지와 실행력에 있어 의문이 든다.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2030에는 신차 판매의 최소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그 시점을 30년 후반 혹은 40년대로 잡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회사들과 의견 조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유럽의 각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대내적으로 대외적으로 원 보이스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일본은 대내적, 대외적 조정조차 끝내지 못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들; 높은 제조원가, 충전 인프라 확충, 고용 감소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 또한 2040년 탄소중립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유럽 각국, EU 수준의 정책을 제시하거나 실행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관련 기술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특허를 갖고 있는 업체는 도요타이며,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리프는 일본의 닛산 자동차에서 나왔다. 하지만 경영의 측면에서 이러한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 특유의 리스크 회피성이 문제인지, 아니면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조정에 시간이 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 적절한 판단이 늦어진다면, 그 결과는 기술로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출처: 닛케이 비즈니스 2021년 8월 2일 2101호, 특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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