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쿄 소시민 Feb 21. 2024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것에 대하여

일본에서 느낀 외국인 차별에 대한 감상

일본은 상당히 배타적인 사회로 알려져 있다. 섬나라 사회 특유의 폐쇄성과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요인으로 인하여 외국인에게 열린 사회는 아니다. 외국인은 “외부의 것” 취급을 받아, 일본 사회에 동화되기 어렵다. 과거와 달리 노골적인 차별은 거의 없어졌지만 은연중의 차별도 존재하며, 특히 한국인이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차별은 아직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해외 생활을 더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실제로 코로나 초기 기간 동안(2020년~2021년), 외국인들은 코로나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일본 지방에서 원어민 교사를 하고 있는 미국인 친구와 그 동료들은 그러한 유언비어의 희생자였다. 그들은 코로나 발발 이후 그 지방을 떠난 적이 없지만,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외국인 선생들이 도쿄에서 놀고 와서 코로나를 가져왔다’라는 유언비어의 피해자가 되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발생할 때 첫 번째 타자로 외국인을 탓하는 것은 관동대지진 때부터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보통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인종차별 같은, 피부에 와닿는 차별은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임대 계약을 위해 집을 구할 때는 분명한 차별이 존재한다. 또한 외국인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를 유창하게 한다면 일본 생활에서 직접적인 차별을 느끼는 일은 드물 것이다. 이러한 일본에서 느낀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감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외국인이기에 빌릴 수 없는 집


집을 빌리지 못했다: 이유는 외국인이라-도쿄 인권주간 캠페인

 일본에서 외국인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차별, 불편함은 임대로 집을 구할 때이다. 특히 도쿄 23구, 야마노테선 안쪽과 같은 인기지역일수록 더 심한데, 외국인이기에 집 자체를 구할 수 없다. 직업, 연 소득, 신용 점수, 일본어 능력 등은 모두 상관이 없다. 단순히 국적이 문제이다. 부동산에 가서 집을 알아볼 때, 중개사가 집주인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은 “외국인이어도 괜찮나요?”이다.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니고, 일본어를 잘한다고 해도 일언지하에 거절당할 수 있다. 특히 법인이 아닌 개인이 소유한 집의 경우 거절의 가능성이 올라간다.


그 외의 일상생활과 직장 생활


 그러나 이를 제외하고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는 다행히 큰 차별을 느껴보거나, 들어본 적은 없다. 아마도 일본어를 할 줄 알며, 피부색과 외모가 일본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인기 있는 한국 문화 덕분에 긍정적인 인상을 갖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피부색과 외모가 조금 다른 나의 멕시코 친구들은 다른 경험을 했다. 한 달에 한번 꼴로 불심검문을 당하기도 하며, 일본에서 지금 뭘 하냐는 질문도 들었다. 이들은 일본어를 잘 하지만 피부색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러한 불편함을 겪었다.


그러나 존재하는 부정적인 시선

도쿄에서 살기 싫은 지역 랭킹, 6위 신오쿠보의 이유가 흥미롭다: 외국인의 수가 많아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고, 외모가 일본인과 비슷하다면 미국의 인종차별 정도의 차별은 없지만, 외국인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존재한다. 도쿄에서 치안이 안 좋은 동네의 상위권은 모두 소위 “다문화 지역”이다.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이케부쿠로(池袋),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신오쿠보(新大久保), 중동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와라비(蕨) 모두 일본인들의 눈에는 치안이 안 좋은 위험한 동네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과 중국을 낮춰보는 시선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 40대~50대 사이에서 더 강한데,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한국은 2024년의 한국이 아닌, 1980년대, 90년대의 한국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국가 원수가 감옥에 가는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며, 반일선동을 하는 개도국” 정도이다.

동네다.

유명한 일본 국뽕티비 짤

이는 일본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최근에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일본 미디어의 외국, 특히 한국과 관련된 주요 내러티브는 항상 다음과 같다.

외국(한국)은 이러한 부정적인 면이 존재한다

일본은 그런 부정적인 면이 없거나 적다

일본은 좋은 나라이다.

혹은

일본은 이런 좋은 면이 있다(줄 서기, 쓰레기 치우기 등 사실 전 세계 보편적인 내용들)

외국(한국)은 이런 좋은 면이 없거나 적다

일본은 좋은 나라이다.

이런 미디어의 영향으로 외국, 그리고 이웃국가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실질적인 불편함이나 불이익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 팩트 체크를 해주면, 인간관계가 하나가 정리가 될 수도 있다.


 지난 4년간 일본에서 살면서 외국인으로 느낀 차별에 대하여 정리해 보았다. 일상생활에서는 집을 구하기 어려운 것 외에는 큰 차별은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에 보였듯이, 아직도 외국인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한국을 낮춰보는 시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경험이 가능했던 것은 외모와 피부색이 비슷하고, 일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외모와 피부색이 달랐거나, 일본어 구사능력이 좀 더 떨어졌다면, 전혀 다른 경험을 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단일 민족 국가에 가까운 사회였기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는 것 같지만, 조금씩 나아지길 빈다. 역으로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했던 1년 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