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바다에 가야겠어.’ 아침에 눈을 뜨자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여름이면 종종 주말 이른 아침 바다 수영을 하러 나가곤 했다. 해수욕객이 모여들기 전 청명한 바다에 몸을 풍덩 담그고 온몸을 활짝 펼쳐 바다 위에 떠올라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여름 태양의 빛나는 열기를 흠뻑 느낄 때의 자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바다에 누워 가만히 소리에 집중하면 반쯤 잠긴 귀를 통해 들려오는 물결의 소리와 규칙적인 숨소리 그리고 이질적인 세상의 소리들이 한데 섞여들며 의식이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세상에서 분리된 오롯한 존재로서의 나를 느끼곤 하는 것인데 어쩌면 세계 속에 완전히 스며들어 있는 나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자유로움과 고독이 수반된 다정함은 여름 바다가 주는 Present다.(Present라는 단어가 가진 두 가지 명사적 의미의 동의성을 애정해~)
올해는 여름을 맞이하는 하나의 의식이 되어버린 이 작고 소중한 호사를 아직 누리지 못하고 있다. 마음의 여름은 벌써 내리막을 향하고 있는데 정작 여름의 클라이맥스를 아직 경험하고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주말 아침. 수영복 위 간단한 원피스를 걸치고 바다로 향하는 상상을 한다. 바다가 지척인데도 “바다 가자”라는 말엔 언제나 설렘이 담겨있다. 파라솔 대여. 튜브 따윈 필요 없다. 바다 앞에서 슬리퍼와 원피스를 벗어던지고 풍덩 뛰어들면 그만이다. 30~40분 남짓 바다에 몸을 맡기고 바다를 누리고 즐기다 나와 다시 슬리퍼를 끌며 야외 샤워장으로 향해 소금기를 씻어내고 준비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원피스를 걸치고 나온다. 야외 샤워장을 이용하는 것 또한 여름을 즐기는 색다른 재미다. 무심히 걸어 나와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이면 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나?
그러나 현실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라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싱크대 앞에 선다. 바다를 상상하다 불현듯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의 발렌시아 바다가 떠올랐다. 평소에 소로야의 바다를 볼 땐 느끼지 못한 생각이 올라왔는데 그가 화폭에 담은 발렌시아의 푸른빛 바다가 부산의 여름 바다와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호아킨 소로야(1863-1923)는 스페인 출신의 인상파 화가이다. 소로야는 고향 스페인 발렌시아의 해변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많이 남겼는데 따뜻한 푸른색의 바다와 피사체를 비추는 햇살을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누군가 그의 블루를 ‘가장 따뜻한 블루‘라 명칭 하던데 푸른 바다의 역동적인 물결과 물에 투영된 햇살, 반짝이며 물에 비추이는 아이들의 몸의 움직임에서 휴양지의 여유로움과 흥겨움이 느껴진다. 고향 발렌시아 바다 앞에서 가장 뛰어나고 행복했던 찬란한 빛의 화가 호아킨 소로야. 활기로 충만한 햇빛 반짝이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바다로 기억하는 화가다.
지중해의 바다와 부산의 바다는 분명히 다른 바다다.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부산의 바다는 남해의 바다보다 남성적이고 동해의 바다보다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부산의 여름 바다는 여전히 짙은 푸름과 활기찬 에너지를 지니고 있지만 평소보다 훨씬 다정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품고 있다. 부서지는 햇살아래 빛나는 충만함과 포용력을 지닌 짙고 푸른 아름다움이 두 바다가 오버랩된 이유라면 갑자기 올라온 마음을 설명하기에 충분할까?
‘바다에 가자. 바다에 가자 ‘……주문처럼 자꾸만 되뇌이는, 여름의 마음.
https://youtu.be/v5Yso21DNs4?si=-BXQG_NWbTbk4R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