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와 함께한 보랏빛 무드의 여름

여름 이야기

by 아미달라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읽기 시작한 아르떼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차이콥스키>. 독서모임에서 7월의 책 공지를 확인하던 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곡은 차이콥스키의 <비창>이었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들려오는 선율에 차이콥스키와 함께하는 여름을 상상해 버렸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때마침 임윤찬의 신보 차이콥스키 ‘사계’ 중 첫 공개곡 <뱃노래>에 관한 소식을 접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총 12개로 구성된 피아노 연작 중 <뱃노래>는 6월의 곡이다. 러시아의 6월은 우리의 7월에 해당한다고 알고 있다.


https://youtu.be/V2q95tZuaE0


<뱃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차이콥스키의 발레곡들이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대문호들의 문학작품 그리고 영화 <닥터 지바고>를 통해 인식하던 눈과 얼음의 나라 러시아가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임윤찬의 인터뷰에서 음악의 색을 떠올리며 곡을 연주한다는 그의 말이 기억나 보랏빛이 감도는 파스텔톤 새 음반 표지를 오랫동안 들여다봤다.


정준호 작가의 책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차이콥스키>는 통해 다양하고 위대한 차이콥스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책을 통해 차이콥스키는 러시아인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 국제적인 음악언어로 자신만의 고유한 선율을 창조한 음악가이며 교향곡, 소나타, 협주곡, 극음악, 발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느 하나 빠지는 장르 없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낸 예술가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러시아 문학이나 예술 전반에 대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자세한 작품의 설명을 첨부한 작가의 배려 덕분에 한층 즐겁고 유용한 차이콥스키와의 만남이었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나 눈길을 끌었다. 연보랏빛 러시아에 대한 묘사가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인데 모호한 이미지로 다가오던 러시아의 여름을 글에서 발견한 것이다!


p124

“이 발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라일락 요정이다. 라일락의 모티브는 <백조의 호수> 가운데 오데트의 모티브처럼 전곡의 요소요소를 휘감는다. 그러나 백조의 우울한 멜로디와 달리 여기서 라일락의 연보랏빛 선율은 향기가 느껴질 정도다. 영화 <안나 파블로바>에서도 보라색 꽃이 만발한 공원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제파의 친구 코추베이의 집터도 세월이 무상하게 라일락으로 덮여 있지 않았나! 화가 미하일 브루벨이 즐겨 그린 꽃이기도 하며, 모스크바의 표도르 샬라핀박물관에서도 아름드리 라일락 나무가 서 있다. 라흐마니노프가 연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사촌인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친구 샬라핀의 집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


연이어 책의 뒤표지 그림이 생각나 책을 뒤집어 보았다.

Boris Kustodiev의 blue House(1920). 연보랏빛 무드의 러시아 여름이 눈에 꽉 차게 들어온다.


출처:아르떼 출판사 <차이콥스키의> 표지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은 ‘러시아인이 가장 사랑하는 계절은 아마 여름이 아닐까?’하는 것이었다. 긴 겨울과 대비되는 짧지만 산뜻하고 아름다운 여름을 러시아인들은 많이 사랑하고 아끼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의 여름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여기에 차이콥스키 <뱃노래>의 고요하지만 힘 있는 노 저음까지 더해진다면, 완벽한 보랏빛 무드의 여름이 마음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https://youtu.be/36fl16yY_P8


젊은이의 풋풋한 노 저음이 느껴지는 임윤찬의 <뱃노래>도 좋지만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느린 듯 유연한 노 저음이 마음에 더 들어온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칠 때마다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노 저음을 가만히 떠올렸다. 보랏빛 러시아의 여름과 함께.


무수한 여름을 거쳐왔고 이변이 없다면 또 무수한 여름과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여름은 없다.


차이콥스키와 함께한 여름의 단상. 그 무수한 여름 속 단 하나의 특별한 여름.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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