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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Nov 24. 2020

진실과 비진실, 그리고 트레바리

#트레바리 를 통해 만들고 싶은 우리 사회의 지적인 변화 중 가장 간절한 것이 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직시하고 그 앞에서 겸허해지도록 돕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직관을 통해 전체 세계를 함부로 판단하는 존재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본다. (개인적으로 뇌과학을 재미있어 하는 이유는 인간의 '인지 편향'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실제가 나의 바람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은 때때로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나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나의 정의가 누군가에게는 불의이자 폭력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진실이 근본적으로 뼈아픈 이유는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의 시간이 극도로 하찮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위대한 비유를 담은 #칼세이건 의 #코스모스 를 읽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실을 외면한다. 고집을 부릴 수도 있다. 진실을 신 포도처럼 만드는 치사한 방법을 쓸 때도 있다. 불편한 진실이 존재하고 있는 쪽을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 낙타와 같은 자세로 사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사는 데 지장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어떤 진실을 어떻게든 외면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진실의 세계는 아주 넓다.


진실은 알기 싫기도 하지만, 알기 어렵기도 하다. 어떤 진실은 지루한 연습과 해박한 지식을 요구한다. 오늘날 인류가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첨단 지식은 수학과 과학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식견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과학적인 태도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하지만, 안타깝게도 극히 소수에게만 그렇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우연한 만남'을 통해 진실의 세계를 넓히는 데 기여해왔다. 트레바리에서 사람들은 혼자서라면 읽지 않을 책을 읽게 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내가 몰랐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 정말 다양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진실들이 때로 충돌하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 #조너선하이트 의 #바른마음 은 다양한 진실의 공존과 충돌에 대한 훌륭한 통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위에서 언급한, 진실을 인정하는 '용기' 또한 트레바리 커뮤니티가 줄 수 있는 가치 중 하나다. 내가 무지했거나 틀렸음을 인정하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존엄이 훼손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이러한 자신감을 확보하기 어렵다. 우리에게는 언제든 '연결'될 수 있다는 안정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트레바리는 가치관과 취향,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예전보다 훨씬 쉽게 제공하는 데에 성공(을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너무 멀다. 우연한 만남은 말 그대로 우연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연결의 문턱은 아직도 누군가에게는 높고, 기대했던 가치관의 교집합이 기획의 뭉툭함으로 인해 생각만큼 크지 않을 때도 있다. 무엇보다, 모든 연결이 반드시 안정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회사에게는 여러모로 험난한 시기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진실이라는 가치에 기여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중이다. '지금 여기'에서 읽으면 좋을 법한 책, 고민해봄직한 생각, 나눴으면 하는 대화를 추천해 보려고 한다(곧 근사한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보다 쉽고 잦게 연결될 수 있도록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할 계획이다(엔지니어 채용합니다 디자이너 채용합니다). 그래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세상을더지적으로 에서 '더'는 언제나 만족을 모르고 욕심을 부리자는 의미의 '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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