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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겸 Aug 28. 2022

권위자의 함정

2030을 위한 투자 이야기 특집, 첫번째

1.

모든 분야에는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가 있다는 것은 일반 대중에게는 좋은 일이다. 그들이 대처하기 힘든 난제에 대해서 조언과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거나, 송사에 휘말리면 변호사에게 찾아가듯이 말이다. 그리고 시간과 경험에 따라 정통성과 탁월성이 전문가에게 부여되면 전문가는 '권위자'가 되고 '명인', '장인', '대가', '백미'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그렇게 되면 대중은 '권위자의 세상 밖으로'를 원하고 권위자는 명예롭게 세상의 중심 나서게 된다. 문제는 권위자 스스로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시기가 이때부터라는 점이다. 권위자를 중심으로 따르는 사람들(팔로어: Follower)이 생기고 아이돌 팬덤 같은 것으로 변하면 권위자는 허영과 권위에 더욱더 취해 스스로가 어디에 서 있는지 가늠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어떠한 자기 검열도 없이 대중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모든 것을 전문가의 견해라는 자기 경험을 증거로 권위를 공고히 한다. 하지만 권위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는데 자신의 허영과 권위를 챙겨준 대중의 칭송과 사랑이 어느  누적된 순간에 밀물처럼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비즈니스와 투자 분야가 더욱 그렇다.



2.

비즈니스와 투자 분야의 권위자는 다른 분야에 비해 일반 대중의 관심과 요구를 더 많이 받는다. 그것은 권위자의 전문적 지식이 일반 대중이 원하는 기대이익과 기대효용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전문가가 찍어주는 투자가 믿을만한 투자로서 효용가치와 미래 수익이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 족집게 투자 강의 같은 것이다. 권위자는 선의에서 시작했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또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대중에게 어떠한 투자를 권유한다. 그리고 이것이 실재적 이익을 가져다주게 되면 대중은 권위자를 추종한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면 대중의 일부는 팔로어가 되어 권위자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래서 권위자의 선한 동기의 지식공유가 제한적인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로 전환해도 그럴만한 가치를 있다고 판단하고 스스럼없이 돈을 지불한다. 이렇게 되면 권위자와 팔로어 간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금전과 대가를 맺어진 약인, 즉 계약관계가 되는데 여전히 일방적인 관계로 계속 유지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팔로어가 '권위자의 함정'에 빠진다. 쉽게 말하면 권위자는 "투자의 모든 결정은 투자자 개인의 몫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뒤로 숨어버리고 팔로어는 권위자 투자의 설거지 상대가 되어 손해만 보고 실패한다.  



3.

직접적인 실익 관계가 아니어도 권위자와 팔로어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지속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권위자의 선한 동기와 함께 지적 허영과 권위에 취하지 않는 태도를 일관하면 그렇다. 이 경우에는 권위자가 탈권위적이며 수평적인 관계를 팔로어에게 요구한다. 권위자는 팔로어와 관계를 도제 관계로 보지 않으며 대등한 관계로 본다. 또한 선한 권위자는 팔로어들 사이의 경쟁이나 차이를 요구하지 않으며 비교조차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각각의 팔로어가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가 되도록 격려한다. 이러한 권위자는 자기 분야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도전이 모두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수단이나 자기 검증의 도구로 쓰이는 경우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극단적인 개방감(Radical opneness)을 보인다. 틀리면 사과할 줄 아는 것이다. 권위자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얻는 것은 자신의 지적 활동과 대인관계에서 오는 안정감과 만족감이다. 그러한 지속 가능한 대인관계는 대가가 없으며 탈권위적이고 다양성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리더”라고 부른다.



4.

그럼에도 권위자와 팔로어는 권위자의 함정에 빠질 위험에 항시적으로 노출된다. 그것은 양쪽의 이익과 요구가 정확하게 부합할 때까지는 노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원하는 이익과 요구가 모두 충족되었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이 관계는 막바지에 다다른다. 예를 들어 더 이상 팔로어들이 권위자의 이익 방향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던지 혹은 권위자가 점점 팔로어들의 애정과 지지에 취하여 자기 이외 분야에 까지 간섭하고 가치판단을 할 때 그렇다. 이것은 권위자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팔로어들을 자신의 영향력에 두기 위해서인데 이는 동기와 상관없으며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보장할 수 없다. 반대로 팔로어들도 권위자로부터 받은 이익과 부산물을 더 이상 원하지 않거나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권위자를 떠난다. 따라서 리더로 불리는 권위자는 팔로어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자기 분야 이외에 함부로 조언을 해줘도 안되며 취해 있어서도 안된다. 특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권위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건 정서적으로 폭력적인 행동이다. 권위자는 자기 분야에 전문가이지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의사는 의료전문가지, 변호사가 아닌 것처럼 경제투자 전문가는 투자에 능숙하지 심리상담사가 아니다. 하지만 권위자가 정점에서 쉽게 내려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5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의 호황기에 많은 권위자들이 등장했고 많은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전문가를 찾았고 양쪽의 니즈가 정확히 부합했다. 전문가는 카페를 만들고 밴드를 꾸리고 단톡방을 개설하여 자기 영향력을 확대했으며 인터넷과 공중파 매체에 출연하여 대중의 관심과 욕심을 부추겼다. 일반 대중은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옆집, 뒷집, 앞집 그리고 보기 싫은 윗집마저 돈을 벌었단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 줄 권위자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이는 자기 강화적으로 구축해갔다. 권위자는 책을 출간하고 기념 강의를 하면서 다시 책을 팔았고, 대중에서 팔로어가 된 사람들은 어떠한 검증이나 비판 없이 수용했다. 이렇게 1세대 전문가들이 성공하니 여기저기서 투자 스터디 또는 투자 단톡방에 생겨났고 연이어 2세대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작은 소모임 단톡방에서도 다른 이들보다 투자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 어쩔 수 없이 그룹의 '이끌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그룹의 이끌이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인데 이 시기를 이끌이가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소모임의 지속가능성과 성공이 판가름 난다. 물고기 잡는 법이 아니라 물고기가 있는 곳을 찍어주면 말이다.



6.

여기까지가 2013년부터 지난 10년간 주식과 부동산 투자판에서 벌어졌던 또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권위자의 함정'을 아주 압축적으로 묘사해 보았다. 이런 상황은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따지지 않았다. 마치 상승론자가 있으면 하락론자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최근 금리인상으로 2030 세대 중에 영끌한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많고 지인의 건넛다리를 통해서도 고통을 많이 받는다. 권위자의 함정을 만약 알았더라면 그들이 어떠한 선택을 했던지 다시 한번 숙고할 시간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양쪽 모두의 입장에서 있어 봤기에 이 무서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함정에 빠지게 되면 사람은 처해진 상황에 따른 이익에 맞추어 행동을 정한다. 권위자이던 팔로어이던. 그래서 나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태도와 '얀테의 법칙'으로 사람과 상황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냉정함을 얻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반면에 주변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은 아내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리더'라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는 나는 '관찰자'에 가깝다. 게다가 리더는 귀찮은 포지션이다. 나 하나 감당도 벅차기 때문에 리더에 나설 여유도 없고 자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는 극단적인 개방감을 가짐과 동시에 권위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고,
둘째는 최근 벌어지는 지금의 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그 생각을 글로 기록에 남기고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내가 하는 말 조차도 무조건 믿지 말아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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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출처: 이노코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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