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을 위한 투자 이야기 특집 - 두 번째
1.
투자와 투기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이다. 두 가지 모두 미래 수익을 기대한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둘 다 도박 같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성을 안고 실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 결론만을 이야기하면 투기와 투자를 단순하게 무 자르듯이 가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투자와 투기를 확실히 안다고 말하지 못한다. 내가 아무리 선한 의도와 합리적인 이성으로 투자에 나섰다고 한들 과정에서 언제든지 투기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내가 아무리 확고한 투자 철학과 기준을 가지고 장기 투자를 했어도 경제와 시장이 그에 반하는 상황이면 손절을 해서라도 투자를 거둬야 한다. 워런 버핏이 2020년에 항공 투자에 나섰다가 엄청난 손해를 보며 손절한 사건을 보면 그렇다. 워런 버핏이 투기를 한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말하기 참 어렵고 애매하다.
투자는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즉,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시나리오별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 없다. 그건 신의 영역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수를 준비하고 있으면 다른 변수가 발생해도 응용해서 대응이 가능하다. 게다가 투자는 한 번의 실패로 과거부터 이룩했던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다. 그리고 자신만의 투자 철학과 기준이 담긴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내가 실패했던 투자의 이유 중에 하나는 남보다 뒤처질 것이라는 두려움(감정)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2.
남들보다 쳐질 수 있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에게 충분한 동기를 준다. 특히나 마음이 절박하면 투자 동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나도 유명 저자의 강의나 강연을 찾아들었고, 그들의 블로그에 게시된 칼럼과 투자 사례를 탐독하고 필사했다. 나름 검증된 실전 투자 전문가가 하는 강의를 듣고 스터디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그렇듯이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사람의 인생이 계획처럼 흘러갔다면 인간의 역사는 흥미진진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문가의 조언과 스터디원 사이의 경쟁으로 인해 실행한 투자 수익은 기대 이하였다. 반면, 수 없는 연구와 발품으로 실행한 투자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투자 스터디 활동이 나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냉철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고, 휘둘리지 않은 투자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오히려 득이다. 매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각자의 경험과 에피소드 등을 공유하면, 물리적인 이동과 시간을 적게 들이면서 최신 현장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기에 소속감도 느낀다. 하지만 확증편향과 권위자의 논리에 굴복하면,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차서 투자가 실패할 것이라는 리스크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스터디원이 당장에는 조력자일 수는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경쟁자이기도 하다. 만약 어느 스터디원이 좋은 투자로 성공을 맛봤다고 한다면, 뒤처질까 하는 감정(FOMO. Fear of Missing Out)에 휘둘려 이성적인 투자를 하지 못한다.
리스크 관리는 전혀 하지 않고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하는 투자는 뒷감당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 행위를 한다는 것만으로 투자를 잘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장밋빛 환상에 빠진 채 점점 나락에 빠진다. 소수의 사람이 위험을 인지할 수도 있지만 그룹의 검열 분위기에 눌려 슬그머니 빠지고 만다. 만약, 스터디 그룹에서 비판을 비난하고 의견을 검열한다면 그 그룹은 망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대부분 권위자와 그를 추종하는 그룹의 스태프들이다.
3.
전문가와 권위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면 안된다. 김승호 사장의 최근 저서 『돈의 속성』에는 신문이나 TV에 나오는 유명 펀드매니저에 대한 글이 있다. 그는 이들이 일반인 대상으로 종목을 추천하고, 상승종목을 예상하고, 투자 / 매매 꿀팁 특강을 하고, 성공 기법을 강의하는 것을 다 사기라고 말한다. 만약, 어느 펀드 매니저가 매일 만 명의 투자자에게 메일을 보내는데 5 천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주식이 오른다고 하고 다른 그룹에는 주식이 내린다는 전망을 보낸다고 하자. 그리고 일주일 동안 이 전망을 5번 하면, 결국 312명이 이 매니저를 '신'으로 여겨 그가 무슨 사기를 쳐도 믿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이들은 자신들이 추천한 종목을 투자하기보다는 일반 대중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치는 것이 더 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부동산 전문가가 실전 투자 강의 또는 비공개 강의 등에서 추천한 물건 등은 매수만 하면 괜찮은 수익이 약속된 것 같다. 자신도 이미 투자했기에 자신 있게 추천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찍어준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뒤돌아 생각하면 찍기 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전문가가 투자한 지역에 상승을 일으킨 불쏘시개 역할을 했거나 또는 그들이 수익을 남기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설거지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가 어느 지역의 아파트 수 채를 매수한다. 그리고 해당 지역이 조용한 상승의 기미를 보이거나 주목을 받게 되면 강의를 통해 여러 번 추천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서로 몰려가서 너도나도 매수에 나선다. 그렇게 아파트 가격이 가파른 기울기로 상승하면 투자 전문가는 그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빠져나온다. 그걸 받아주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희망에 부푼 초보 투자자이거나 아니면 집값이 올라 불안해 떠는 실수요이다. 물론 전문가의 투자 (찍기) 강의를 통해서 돈을 번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돈을 번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잃은 사람도 있다. 뒤늦게 막차를 타 사람이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은 기회비용도 지불하고 기회이득도 놓친 셈이다. 하지만 그 강의를 들었던 전부가 모두 투자에서 승리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4.
윌리엄 N 괴츠만의 『금융의 역사』에 1929년 미 증시 폭락에 대한 예측 검증 이야기가 나온다. 시카고 신문재벌 상속자인 앨프리드 콜스는 월스트리트에 모인 전문가 지성들이 왜 주가 대폭락이라는 재앙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대형 증권사가 1920년대와 1930년대 초반에 발표한 주식을 과거 주가 자료와 배당 정보를 서로 비교했다. 그리고 그는 주식시장 전문가 예측보다 차라리 다트판을 가지고 예측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당시 최고의 두뇌들도 시장 붕괴를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이야기이다. 2021년 말과 2022년 초에 2022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서 상승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불장은 사라지라 얼음장이 되어가고 있다.
코앞의 현상을 예측할 수 있어도 지평선 너머의 현상을 정확히 예언은 할 수 없다. 손을 들어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가리킬 수 있어도, 그 바람이 머무는 곳을 정할 수 없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패턴을 통해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지만 예언은 할 수는 없다. 미래가 과거와 똑같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방향을 읽어내고 리스크를 식별하고 이에 대응하는 투자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다. 요즘 같은 상황에 시장을 섣불리 예측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바닥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나도 투자를 하고 있지만 무엇을 투자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몰라도 운이 나쁘면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남들처럼 미래 예언을 하는 글들을 조합해서 쓸 수는 있겠다. 그러나 나는 용기도 없고 깜냥도 안된다. 그럴 능력이 되었다면 이미 나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저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무지를 인정하고, 여러 잠재 가능성을 고려하며 배우고 투자를 하는 것 밖에 없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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