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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Mar 20. 2019

언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까?

다니엘핑크의 <언제 할 것인가>를 읽고

흔히들 말한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과연 사랑만 타이밍일까?

어르신들은 공부를 게을리하는 학생이나 짝을 찾는 미혼남녀에게 또 말한다.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이처럼 우리 일상 속에서 ‘때’, ‘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을 쉽게 하지만, 막상 삶 속에서는 그 중요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다니엘핑크의 책 <언제 할 것인가>는 How to에만 집중하는 우리에게 When to를 놓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타이밍'은 과학이며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책' 찾다가 한 달만에 만난 너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다니엘핑크의 저서이자,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워싱턴포스트 2018 리더들의 필독서라고 하니 우선 겁부터 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우리 삶 속에서 쉽게 적용해볼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으니 술술 읽히는 편. 저자는 시종일관 ‘타이밍은 과학’이라는 점을 증명해간다.     


아침형 인간은 틀렸다!

내가 가장 꽂힌 부분은 역시 PART1 ‘하루 속에 숨어있는 시간 패턴의 비밀’ 부분이다. 몇 년 전, ‘아침형 인간’이 성공의 비결인 것처럼 유행을 했을 때, 나 역시 며칠간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나 포함 많은 사람들이 ‘역시 난 안 돼...’ 하며 좌절감을 맛봤을 것이다. 나는 10년 넘게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 늦잠이 체화된 사람이다. 보통의 회사원들과 달리 방송작가의 하루는 통상적으로 좀 늦게 시작하는 편이다. 막내작가 때엔 10시 30분~11시, 메인작가는 오후 2시에도 출근을 하고 자신이나 팀의 사정에 맞게 조율한다. (물론, 퇴근시간은 그다음 날이 될 수도) 그런 나에게 오전 8시~9시 출근인 일반 회사는 애초에 꿈도 못 꿀 직장이었다. 청첩장을 받았는데 결혼식이 토요일 오전 11시로 잡히면 욕부터 나왔다. ‘아니 꼭두새벽부터 뭔 결혼식이야’ 나에게 점심 먹기 전 시간은 꼭두새벽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몸이 그렇게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었다.


책에 따르면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는 생체시계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재밌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5억만 개 트위터 분석 결과,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 기분이 오전에 올라갔다가 오후에는 떨어지고 초저녁에 다시 올라간다는 점을 밝혔다. 기분도 주식처럼 오르내리는 일정한 주기가 있다는 것이다. 아침이 되면 잎이 열리고 저녁이 되면 닫히는 미모사라는 식물 실험도 신기하다. 빛의 양 때문에 잎이 열린다고 생각했지만 실험 결과, 빛을 가려도 24시간을 주기로 아침이 되면 열리고 저녁이 되면 닫혔다. 빛과 상관없는 '자신 만의' 고유한 생체리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종달새일까? 올빼미일까?

내가 올빼미인지 종달새인지 간단하게 구분하는 방법이 책에 나온다. 평일(강제적으로 일어나는 시간)과 주말의 기상 시간이 90분 이상 차이가 난다면 올빼미형 인간일 확률이 높다. 책에는 내가 올빼미임을 확신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나왔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보통 가을이나 겨울 태어난 사람은 종달새형 인간이 많고, 봄여름은 올빼미형 인간이 많다고 한다.     

이런 생체리듬은 개개인뿐만 아니라 연령대에도 적용이 된다고 한다. 특히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예시는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꼭 봤으면 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미취학 어린 아이나 60세 이상은 종달새형 생체리듬을 갖기 쉽다. 아이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엄마를 찾고, 어르신들이 아침잠이 없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10대~20세 까지는 올빼미 성향을 갖는 시기기 때문에 오전 8시 30분 이전에는 공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미네소타, 콜로라도, 와이오밍 8개 고등학교 9000명 대상으로 3년 동안 검토 결과,
오전 7시 30분에 시작했던 수업시간을
1시간 20분가량 늦게 시작하자
수학 영어 과학 사회 주요 과목 성적 상승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눈을 부릅뜨고 0교시 수업을 해봤자 역효과만 난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수업을 강행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저자는 어른들의 사정을 꼽는다. 수업을 늦게 시작하려면 교통시간표를 다시 짜야한다. 아이들을 데려다 줄 부모의 회사 시간도 미뤄야 한다. 교사들도 늦게 퇴근해야 한다. 모두 납득이 가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이들에게 고통스러울 뿐만 아닌 비효율적인 수업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할까 하는 의문은 지울 수 없다. 몇몇 기업들에서 이미 시작한 유연근무제나 온라인 회의 등 조금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풀어갈 수 있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각각 유형에 따라 24시간 동안 최고-최저-반등 과정을 겪는데 생체리듬에 따라 도덕성이나 운전능력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집중력과 분석이 필요한 일은 오전이 좋다. 혁신과 창의력이 필요한 일은 오히려 반등 시기가 좋다고 한다.(영감의 역설) 그 이유는 기민함과 자기 검열이 떨어지는 시간이라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건데 일리가 있다. 실제로 올빼미형 인간인 나는 몽롱한 점심때 글이 더 잘 써지는 편이다.  

   

비상 경고등이 켜지는 '기상 7시간 후', 낮푸치노를 마셔라!

책에 따르면, 잠에서 깬 지 약 7시간 후는 ‘위험한 시간대'다. 사고발생률이 높다는 거다. 사람들이 흔히 건강검진을 할 때, 조금 더 유명한 의사에게 받고자 몇 달씩 대기를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저자는 말한다. ‘어떤 의사’보다는 ‘몇 시’에 검사를 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장내시경 검사시간이 늦을수록 폴립을 찾을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무려 1시간당 5%씩 감소한다는 것! 의사의 생체리듬이 ‘위험한 시간대'인 오후에 검사를 하기보단 오전 시간을 노리는 게 확률적으로 더 정확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수명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알아두면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저자는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0~20분 정도 낮잠을 자면 좋다는 건데 재밌는 점은 커피를 마시고 잠을 청하라고 한다. 일명 '낮푸치노'다. 커피는 15분 후쯤 각성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낮잠에서 깨어날 때쯤 각성효과가 나타나 몸에 에너지를 바로 올릴 수 있다는 논리. 그래서 잠이 드는 시간을 고려하여 낮잠 알람은 25분 후로 맞추라고 한다. 이게 바로 과학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아하! 내가 돈을 못 버는 이유, 여기 있었네

이처럼 ‘언제’는 생각보다 우리의 인생을 크게 좌우한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일종의  운 같은 얘기도 있다. 책에 따르면 불경기에 취직을 시작한 사람이 경기가 좋을 때 시작한 사람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도 20년 동안이나! 보통 임금을 올리려면 이직을 해야 하는데 불황에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 묶이게 되고 대기업 보단 중소기업에 문을 두드릴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화시킨 논리지만 초기의 선택이 꽤 오랜 시간까지 영향을 이어간다는 점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마치 흙수저로 겁나게 땅을 후벼 파도 금수저만큼 돈을 벌기가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슬럼프는 모두가 알다시피 보통 일을 진행하는 중반에 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즉 '스파크'도 중반에 온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재밌는 조사가 있다. 보통 전후반이 있는 운동경기에서 전반전에 선두를 하는 팀이 경기에서 우승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고 한다. 바로 1점 차로 뒤졌을 경우다. 간발의 차로 뒤쳐졌다는 사실은 슬럼프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린 실제로 축구 경기와 같은 스포츠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역전극을 많이 보지 않았던가?!     


‘언제’ 중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보통 해피엔딩을 원한다. 때문에 10년을 주기로 아홉수에 걸린 사람들이 마라톤에 많이 도한다고 한다. 즉, 행복한 마무리를 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마라톤 도전자가 29세가 28세나 30세 보다 두배 많다는 거다. 보통, 사람은 마지막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다섯 개의 초콜릿을 시식 중, 이게 마지막 초콜릿이라는 말을 해주면
같은 초콜릿이라도 마지막 것을 가장 맛있다고 느꼈다.     


또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있었는데 '이야기의 결말'을 어떻게 끝맺는 것이 좋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해답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와 같이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끝내려면 주인공들이 원하는걸 모두 쥐어주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면 아쉽다. 주인공들이 그토록 원하던 게 정말 중요한 게 아니었음을 깨닫고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적 복잡성'이 성공한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라고 한다.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작은 슬픔의 요소. 나도 이러한 통렬한 감동을 결말에서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합창’과 같이 여러 사람이 함께 타이밍을 맞추는데 필요한 조건(보스, 소속감-암호, 복장, 신체접촉)과 그  신체적, 심리적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군무나 단체 운동이 단순한 기계적인 동작이 아니라 ‘실제로’ 건강과 기분을 좋게 한다는 근거들은 경험상으로도 수긍이 갔다.

  

무조건 일찍 한다고, 무조건 좋은 때가 오기만을 기다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일반적’인 때가 아닌, ‘나’의 때를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관찰을 잘해야 하고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역시 경험과 독서일 터. 그러므로 나는 독서를 가장 중요한 때=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책에 나온 중요한 팁들을 정리해본다. 내 인생에 도움이 될 ‘언제’를 잘 활용하는 방법들이다.

     

아침 운동의 효과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

기분이 좋아진다.

규칙적인 일상을 만들어 준다.

근육을 만들어준다.


저녁 운동의 효과

부상 방지

운동이 쉽고 잘된다.

그래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 좋은 때

월요일

봄여름가을겨울 첫날

생일

한 학기 첫날

휴가에서 돌아온 첫날

졸업한 날

결혼기념일 등     


내가 앞자리에 서야 할 때

선거에 나갈 때 1번

내가 디폴트가 아닐 때 나서면 신선한 이미지

경쟁상대가 많지 않을 경우 *초두효과

면접 볼 때 강력한 후보와 경합할 때     


내가 나서지 말아야 할 때

내가 디폴트일 때

경쟁자가 많을 때는 맨 마지막

상황이 불확실할 때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때     


중간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법

1. 중간 목표를 정하라

끝까지 갈 생각 하려면 너무 멀다. 중간까지만 목표로 하고 다시 수정하는 방법     

2. 중간 목표를 공개하라

맡은 일을 언제까지 끝내겠다고 페이스북 같은데 공개. 망신당하기 싫어서라도 한다.    

3. 문장을 중간에서 멈춰라

자이가르닉 효과(미완성 효과) 글을 쓰다가 마무리 짓지 않고 자리를 떴던 헤밍웨이.

찝찝한 마음 때문에 다시 작업을 할 의욕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많은 직장인들의 고민사항_


언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까?

다음 입사 기념일에도 이 회사에 있고 싶은가?

현재의 일이 그래도 재량껏 할 수 있는 정도인가?

당신의 보스는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도록 허락하는가?

입사한지 3년 미만이거나 5년 이상인가?

평소 업무가 자신의 장기 목표와 맞는가?


아니오가 2개 이상이면 지금 그만두어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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