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언제 읽을 것인가

미라클모닝은 어려워

by 글빛승연

육아휴직을 하면서 결심한 것 중 하나는 마음껏 책 읽기였다. 그동안 일하느라, 쓸데없는 걱정 하느라, 또 임신 중일 때는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져서 책을 못 읽었던 게 원통하고 아쉬워서 올해는 그게 육아 서건, 판타지 소설이건, 철학 서건 닥치는 대로 다양하게 읽어보겠다는 창대한 꿈을 꾸었다.


출산 후 처음 몇 달간 책을 꽤 읽었다. 조리원에서부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책을 챙겨갔고 다른 산모들이 티브이 보고 마사지할 시간에 책을 읽었다. 둘째가 신생아일 때는 하루 수면시간이 꽤 길기도 했고, 낮잠은 항상 안겨서만 자려고 해서 아이가 잘 때 무조건 책을 보다 보니 낮에 3시간 정도는 책을 볼 수 있었다. 그때는 육아에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였으므로 육아서나 심리서, 그리고 소설이나 에세이를 많이 봤는데 책 덕분인지는 몰라도 늦게 오는 남편 없이 아이 둘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름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모유수유도 하지 않고, 아이가 밤잠도 꽤 길게 자게 된 요즘 오히려 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물론 아이가 이제 낮잠 자는 시간이 확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에 아이랑 시종일관 눈 맞추며 놀아주는 건 또 아닌데 말이다.

아이 혼자 잘 노는 시간이 생겨도 복직 걱정, 이사 결정, 아이 입학 걱정 등 벌써부터 하지 않아도 되는 잡다한 생각들이 스멀스멀 머릿속으로 침투해서 책을 펼치려고 하는 나를 방해한다. 거기다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큰 아이마저 가정보육을 하다 보니 더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


그럼 도대체 언제 책을 읽을까?


# 아침 독서를 꿈꾸다


아침을 기적으로 만든 본인의 경험을 정리한 책 '미라클 모닝'은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2016년 국내 출간 직후에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지금도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책의 파급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기 위해 책을 따라 하고, 관련된 새벽 활동 인증 모임도 속속들이 생겨났다.

새벽 기상은 자기 계발이 필요한 직장인은 물론이고,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더욱 아무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나 역시 두 아이의 기상시간인 7시가 되기 전 하루 두 시간 정도면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꽤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려면 아이들이 자는 밤 10시에 함께 자야 다음날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에 아이들을 재우고 했던 저녁 설거지, 집안 정리 등은 내일로 미루어두고 일찍 잠을 잤다. 평소 머리만 대면 잠드는 나였기에 일찍 자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었다. 문제는 일어나는 거였다.

아침잠이 많은 탓에 새벽 5시에 울리는 알람을 계속 연장, 연장...... 결국 6시가 지나서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퍼뜩 정신이 맑아지지 않아 커피를 내리고, 어제 치우지 못한 거실 풍경이 맘에 들지 않아 조금 정리를 하다 보니 벌써 아이들이 일어날 시간이 돼있었다. 이게 아닌데! 아침을 일찍 시작하니 기분은 상쾌했지만 내 시간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거기다 어제 못한 집안일마저 남아있어 오늘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 기분이었다.


아침에 책을 읽으려면 눈뜨자마자 책을 펼쳐야 한다. 어지러운 집 따위는 신경 끄고. 그게 어렵다면 전날 아이들을 재우기 전에 설거지며 정리정돈을 마쳐야 한다. 난 그 두 가지 다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아침 독서를 해보겠다는 결심을 내려놓았다. 어떤 일을 21일간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된다고 하는데 고작 며칠 해보고 그만둔 두는 스스로를 책망도 해보지만, 억지로 억지로 하다가는 책 읽는 것 자체도 고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 쪼개서 하는 독서, 시간의 상대성에 대하여


시간의 흐름에 대한 지각은 사람의 경우와 개미의 경우가 아주 다르다. 사람에게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어떤 경우에도 시간의 길이와 주기가 일정하다. 그와 반대로 개미에게는 시간이 상대적이다. 날씨가 더울 때는 시간의 길이가 아주 짧다. 날씨가 추울 때는, 시간이 축축 늘어지고 무한히 길어져 마침내는 동면을 하면서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까지 된다.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를 관찰하면서 시간의 상대적인 흐름을 이야기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예리함에 감탄을 하며 책을 읽다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닝 독서를 하는 것도 사실은 의도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책 읽기에 가속도를 올리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잘 안 읽히는 책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정독을 해야 하는 책이라면 모를까 꼭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책 읽기'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집중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면 즐기는 독서와는 멀어지게 되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든 틈나는 대로 책을 읽는 게 독서에 대한 부담도 줄이고 시간 확보에도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집에서는 하루 종일 책을 읽겠다고 작정해도 한 권도 채 못 읽었는데 카페에서는 단 몇 시간 만에 책 한 권을 단숨에 읽었었다. 사실 책을 읽는 데는 절대적인 시간보다도 상대적인 시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단 몇 분이라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시간, 오늘은 십 분이지만 내일은 삼십 분을 읽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 또는 시계를 보지 않고 그냥 밥먹듯이 틈틈이 읽어보기 같은. 독서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아닌 나만의 주관적인 시간을 만들어 보는 거다.

그러고 보면 회사 다닐 때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쪼개서 틈틈이 책 읽을 때가 지금보다 더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역시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다!


앞으로는 아이들이 잠깐씩 혼자 노는 시간 틈틈이,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조금씩 마련해서 쪽 읽기를 해보는 게 좋겠다. 괜히 알람 때문에 핸드폰 배터리만 닳게 하지 말고. 뭐 그래도 언젠가는 나에게도 미라클 모닝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은 마음 한편에 품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