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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J Oct 14. 2024

내 전용 로봇이 생기는 날

고막 터지는 날이 될 수도 있어요

아침 7시, 아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와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즐겁게 노래합니다.

옆에 있던 남편도 따라 불러요.

아이의 생일입니다.


"생일 축하해, 우리 딸!" 노래를 마치고 꽉 안아줍니다.

오늘은 새벽 0시에 일어나겠다며 잠든 아이였어요.

1년에 하루뿐인 생일을 24시간 즐기고 싶다나, 뭐라나.


오늘의 로봇을 정합니다.

아이의 아이디어로 2년 전부터 시작한 게임이에요.

생일인 사람이 있으면 가족 중 한 명이 로봇이 되어 명령을 따라야 해요.

"그럼 오늘 로봇은 누가 할까?"

두구두구두구 탁자를 손으로 탁탁탁 리듬감 있게 치며 아이를 쳐다봅니다.

"아빠!"


아빠가 로봇이 되어 한참을 웃고 떠든 뒤, 아이는 문득 학교 친구들 이야기를 꺼냅니다.

"엄마, 오늘은 고막 터지는 날이야"

저는 어리둥절해서 이유를 물어봅니다.

반에서 생일인 친구가 있으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준다고 해요.

모든 친구들이 자리에서 불러주고 나면 장난기 많은 친구들이,

또 친한 친구들이 생일인 친구 옆에 와서 소리 지르듯 한 번 더 불러준답니다.


고막이 터지도록 노래 불러줄 친구,

목이 터져라 기쁜 날을 축하해 주는 친구가 있는

즐거운 교실 풍경이 그려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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