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 그리고 나를 다시 이해한 시간
오래전부터 꿈꿔온 시간이었다.
텃밭이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전원생활.
아침이면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평상에 앉아 글을 쓰는 삶.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오래전 읽었던 책 제목처럼,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삶을 직접 살아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전원생활은 엄마의 오랜 소망이기도 했기에 기뻐할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더 설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누군가 일궈놓은 텃밭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따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엄마에게는 오히려 너무 심심한 하루였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전원생활의 풍경'이 아니라
땅을 일구고, 채집하고, 손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하루를 보내는 삶이었다.
"텃밭이 얼마나 있어야 해?" 하고 조심스레 묻자 돌아온 대답.
"한 100평은 돼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알게 됐다.
나는 엄마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믿었지만,
엄마가 원하는 진짜 전원생활의 결을 사실은 잘 모른 채 상상하고 있었다는 걸.
아이는 수영장만 있으면 하루 종일 혼자서도 잘 놀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의 아이는 "엄마가 들어와야 나도 들어갈래!"라며 고집을 피웠다.
그저 '물이 좋은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는 누군가와 함께 놀 수 있는 물을 좋아했던 거였다.
그제야 아이의 세계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시골살이를 기다리던 나 역시 벌레와 모기,
그리고 삼시 세끼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생활에 지쳐갔다.
책 읽을 시간도, 혼자만의 시간도 생각처럼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상상 속의 느긋한 시골은 현실의 시골과 많이 달랐다.
이번 여행으로 시골살이에 대한 로망은
꿈에 부풀어 하늘 위로 날아간 풍선처럼
높이 올라가다 결국 '빵' 하고 터져버렸다.
그러나 그만큼 귀한 것을 얻었다.
엄마와 아이, 그리고 나.
우리가 서로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그리고 그 다름만큼 얼마나 더 이해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역시, 떠나봐야 알 수 있다.
가까운 사람의 낯선 모습도,
내가 기대하던 삶의 진짜 얼굴도.
그러니 다음 여행은…
시골이 아닌 곳으로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