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 달콤 쌉쌀했던 시골살이의 끝자락

여행의 끝에서 마음이 가벼워지던 순간

by 글꽃J

밤새 비가 퍼부었다.

천둥과 번개가 번쩍이며 방을 흔들고,

어젯밤 마당에 널어둔 빨래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맑은 날이면 북한까지 보인다는 '전망대'에 가기로 한 날.

하지만 아침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 조용히 마당으로 나가 젖은 빨래를 걷었다.

다시 세탁기에 넣고 헹굼과 탈수를 한 번씩 누른 뒤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어제 언니가 가져온 과일을 깎고, 아이가 좋아하는 샐러드 재료를 씻는다.

상추, 파프리카, 무화과, 복숭아, 키위, 오이…

따뜻하게 데운 연두부에 빵과 우유를 곁들이니 한 끼 식단이 그럴듯해졌다.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어느새 일어나신 엄마는 다시 빨래를 널고,

아이는 핸드폰을 보다가 엄마의 잔소리에 만화책을 펼친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수저를 상 위에 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알아서 하는,

묘하게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언니는 근처에 커피 볶는 집이 있는지 검색한다.

"오늘은 전망대 보고 커피 한 잔 하고 집으로 가자!"

자연스럽게 오늘의 동선이 정해졌다.

신기하게도, 아침을 먹는 사이 하늘이 조금씩 밝아졌다.

옅은 회색 구름이 남아 있었지만 전망대까지는 괜찮겠다 싶었다.


짐을 정리하고 출발.

전망대로 향하는 길, 우리가 가는 방향의 하늘은 더 맑았다.

뒤에서는 회색 구름들이 슬며시 따라오고 있었지만.

"우리가 구름보다 빨리 가자!"

농담처럼 내뱉은 말에 모두가 웃었다.


하지만 전망대 입구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초소에서 군인에게 들은 말.

"11시 30분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입니다."

도착하자마자 관광 불가.

어제 검색할 때, 점심시간 있다는 걸 봤는데 깜빡했다.

"이따가 다시 오지 뭐."

모처럼의 즉흥 여행, 커피숍부터 가보기로 했다.


언니가 찾은 커피 볶는 집 앞에는 '대광리역'이라는 작은 폐역이 있었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귀여운 역.

커피를 마시며 역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전망대로 가니, 이번엔 하늘이 더 맑아져 있었다.

초소를 통과해 차로 15분. 논과 밭,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다.

공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전망대 2층 문을 여는 순간,

"와…"

절로 감탄이 나오는 풍광.

하하호호 웃다가 다른 관광객과 눈이 마주쳐 민망해 얼른 입을 다물었다.

군인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었다.

남한 경계선, 북한 초소 위치, 확성기 소리는 왜 안 나는지 등등.

그는 친절했고 목소리도 멋있었다.


확성기는 지난 6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 모두 틀지 않고 있다 했다.

그동안은 북한 쪽에서 귀신같은 기괴한 소리를 크게 틀어

이곳 군인들이 잠도 설칠 정도였다며 지금은 군인들이 훨씬 편안해졌다고 한다.

망원경을 북한 마을 '마장리'쪽으로 돌리니, 집들이 보였다.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이라 오래 볼 수 있었다.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주민도 두 번이나 봤다.

엄마는 "고성 전망대에서는 능선만 보였는데, 여기선 마을까지 보인다"며

신기해하셨다.

그 모습이 또 뿌듯했다.

아이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며 신나 했고,

나는 기뻐하는 가족들의 모습과 날씨가 좋음에 그저 감사했다.

군인 두 명이 순찰하며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부끄러움 많은 아이는 인사도 못했지만

볼 빨갛게 상기된 표정만 봐도 기분 좋은 게 티가 났다.


"오늘은 날씨가 다 했다."

언니와 나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했다.

기분 좋은 공기를 잔뜩 마시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하루 먼저 돌아가는 게 아쉽긴 했지만,

이게 행복한 여행 마무리를 위한 최선이라 생각했다.


이른 저녁식사를 위해, '망향비빔국수 본점'에 들렀다.

넓은 실내, 반려동물 동반 공간, 전광판 호출 시스템까지

생각보다 규모가 커 놀랐다.

아이도 배가 고팠는지 만두 네 알 짜리 세 판을 거뜬히 먹었다.

엄마는 그걸 보며 흐뭇해하셨다.

끝이 좋으니 모든 게 다 좋았다.


엄마 집에 도착하니 밤 9시.

남은 냉장식품만 정리하고, 여행 피로에 지쳐 10시에 바로 잠들었다.

벌레와 엄마의 부상으로 하루 일찍 끝낸 여행,

달콤 쌉쌀한 일주일이었다.

잠들기 전에 아이가 한마디 했다.

"엄마, 집 떠나면 개고생!"

아이의 말에 웃음이 빵 터졌다.


아이에게 기분 좋은 굿나잇 키스를 날려주었다.

시골살이 일주일 여행,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