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5) 언니가 와서, 엄마도 나도 마음이 편해진 날

언니, 고마워.

by 글꽃J

5시 반. 눈이 번쩍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어제 다친 엄마가 먼저 떠올랐다.

여기 계속 머무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마음을 괴롭혔다.

엄마가 매주 맞으시던 면역주사도 이번 주는 여행 때문에 못 맞고 계신 터였다.

'면역이 떨어져 멍든 다리도 금방 안 낫는 건 아닐까?'

걱정이 자꾸만 커져갔다.


이럴 거면 아침 먹고 짐을 싸서 집으로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침으로 샐러드를 만들며 슬쩍 말을 꺼냈다.

"엄마, 우리 짐 싸서 갈까?"

"지금 가면 숙박비 돌려줘?"

"숙박비는 안 돌려주지. 그렇지만…

엄마가 다치기도 했고, 여기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잖아요.

엄마한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온 여행인데,

여기 있으면 괜히 답답해하시는 것 같아서… 그냥 집에 가요.

집에 가서 편하게 쉬자."


이어진 엄마의 대답.

"나는 괜찮아~ 어차피 놀러 온 건데, 나 신경 쓰지 말고 놀아~."


그놈의 괜찮아, 괜찮아.

엄마는 대체 언제 안 괜찮을 걸까?

수영장에서 발이 끼어 앞으로 고꾸라질 때는

'이대로 죽는가 보다 했다'면서, 몸이 다 부서지는 줄 알았다면서.

끼어 있던 몸을 겨우 빼내고 나서 한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계셨다면서,

뼈가 안 다쳐서 천만다행이라면서.

엄마는 결국 "괜찮아"라고 말한다.

시퍼렇게 멍든 엄마의 다리를 보며 너무 속상했다.


마음이 복잡해서 일단 가까운 열쇠전망대에만 들렀다가 집으로 가자고 결심했다.

그때 마침, 오늘 올 수도 있다던 언니가 떠올랐다.

"언니~, 엄마가 다치셔서 오늘 가려고…"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니 언니는 조심스레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내가 숙소 근처로 가서, 점심 같이 먹고 집으로 갈까?"

결국 언니가 이쪽으로 오기로 했다.


엄마가 각별히 편하게 생각하는 언니라, '언니가 오면 엄청 좋아하시겠다' 싶었다.

혹시 모르니 언니에게 1박 2일 짐도 챙겨 오라고 했다.

원래는 우리끼리 먼저 전망대에 갔다가 점심에 식당에서 언니를 만나기로 했지만,

생각해 보니 함께 가는 게 더 좋겠다 싶어 점심부터 먹기로 계획을 바꿨다.

언니도 안 가봤다고 하니, 다 같이 가면 엄마도 더 좋아하시겠지.


원래는 짐을 부랴부랴 싸려고 했는데,

언니를 기다려야 해서 갑작스레 2시간 30분 정도 여유가 생겼다.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몰라서,

여행 내내 ‘엄마랑 같이 수영장에서 놀고 싶어’를 외치던 딸아이와 수영장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한껏 신이 났다.

수영 시합을 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 함께해주지 못해, 괜스레 미안했다.

엄마 걱정과 딸에 대한 미안함으로 몸과 마음이 엉킨 실타래같이 복잡했다.


수영장을 나와 점심 장소로 출발했다.

"식당에서 언니도 만날 거예요."라고 하니 엄마 얼굴이 순간 밝아지는 걸 느꼈다.

엄마가 유독 마음을 의지하는 언니의 등장에 나도 한결 안심이 됐다.

메뉴는 닭갈비. 생각보다 짜고 간이 세었지만,

아이가 잘 먹어서 엄마는 그게 또 흐뭇한지 웃으셨다.


점심을 먹고 폭포로 향했다.

예정엔 없었지만, 유명한 폭포이기에 식당 근처에 있어 둘러보기로 했다.

입구에서 폭포 앞까지 운행하는 미니열차를 타기 위해 서둘렀는데,

다행히 햇볕 아래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었다.

차가 천천히 산길을 오르는 동안 형형색색의 백일홍이 길을 따라 피어 있어서,

꽃을 보고 있노라니 이런저런 걱정으로 어두워졌던 마음이 환해졌다.

햇빛은 뜨겁고 사람들은 많았지만, 아이는 입구에서 돌탑을 쌓느라 행복해했다.

너무 더워 푸드트럭에서 아이스커피를 한 잔 사 마시며, 한결 편안해진 마음을 만끽했다.


잠시 후 다시 폭포로 향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멋진 풍경이었지만, 덥기도 하고 엄마가 지치실까 싶어 전망대는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결국 하루 더 묵기로 하고, 내일은 전망대를 들렀다가 퇴실하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 소불고기를 먹고, 오늘도 어김없이 작은 노래방을 열었다.

언니의 유쾌한 에너지가 더해지니 엄마 웃음소리가 훨씬 커졌다.

그 모습을 보는데, 오늘 하루 내내 불편하게 뒤엉켜 있던 마음이 천천히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밤.

어제처럼 별을 쏟아지게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도 별구경은 실패.

그래도 괜찮았다.

엄마가 웃는 하루였으니까.


언니가 와준 덕분에, 엄마도 나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그렇게 여행은 하루 더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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