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도 무서운 게 있어!

이상한어린이연극_오감도

by 글쟁이
오감도_포스터.jpg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잖아'

'어른은 무서운 게 없어'


내 초등학교 시절 꿈은 '어른'이 되는 거였다. 20살이 목표였고, 20살이 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살, 한 살을 먹고 20살이 되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어른이 된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또 다른 꿈을 꾼다. '어린이였던 시절로 돌아가는 꿈'을 말이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20살이 되고, 30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수많은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아니, 그것도 AI의 도움을 받는 게 현실이다. 나는 분명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세상에는 무서운 것이 너무나도 많다.


나와 같이 무서운 게 너무 많지만, 무서워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는 일제강점기의 시인 이상의 작품「오감도」를 모티브로 한 연극이다. 어린이 공동창작 연극이라는 특별한 타이틀을 가진 이 연극은 어린이 배우들이 연기뿐 아니라, 대본 개발에도 직접 참여해 연극에 풍성함을 더했다. 어린이들이 가지는 실제 고민들을 담은 희곡은 일반적인 어린이청소년극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닌 정곡을 찌르는 낯선 질문들로 가득하다. 총 13장이 진행되며, 각각의 장마다 어른이 만든 사회의 핵심 문제들을 비판한다.


제1의아해가_태어나기 무섭다그리오

제2의아해도_달리기 무섭다그리오

제3의아해도_부모님무섭다그리오

제4의아해도_ 무섭다그리오

제5의아해도_학교 무섭다그리오

제6의아해도_서울 무섭다그리오

제7의아해도_스마트폰 무섭다그리오

제8의아해도_아이들 무섭다그리오

제9의아해도_나이드는것 무섭다그리오

제10의아해도_ 무섭다그리오

제11의아해도_노키즈존 무섭다그리오

제12의아해도_전쟁 무섭다그리오

제13의아해도_ 무섭다그리오


[국립극단] 기획초청 Pick크닉 열린 객석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2026) 홍보사진03.jpg

욕심과 나태함,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행복을 내치는 어른들의 행위는 이 시대의 어둠이 되고, 결국 그 어둠은 또 다른 어른이 될 아이들의 눈을 가려버린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수많은 돌부리들, 웅덩이, 심지어 낭떠러지조차 피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 몸부림친다. 특히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부모님, 집, 학교가 오히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이 시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당연한 것들을 어른들은 그들의 욕심으로 제한한다. <제11의아해도_노키즈존 무섭다그리오> 이 장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로 인해 겪은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에 대해 '어른이라는 이유로 힘없는 아이들에게 행하는 권력남용'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것, 아이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 등을 어른들은 자기 맘대로 제한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노는 게 시끄러워요.', '아이들로 인해 공연 집중에 방해가 돼요.', '카페에서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이들 때문에 말을 못 하겠어요.' 등 순전히 그들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이유뿐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 존재다. 그리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은 곧 사회의 건강한 성장을 의미한다. 본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단순히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존재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본인들도 어른들의 헌신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립극단] 기획초청 Pick크닉 열린 객석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2026) 홍보사진15.jpg

제12의 아해는 '전쟁'을 무서워한다. 이 장은 단순한 다툼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다툼은 복수를 낳았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죽음'이 발생한다. 죽음은 또 다른 복수를 낳으며, 결국 복수라는 이름의 전쟁이 발발한다. 전쟁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아이들은 죽음의 위기 속에 내몰린다. 결국 그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들고, 그들의 총구는 또 다른 아이들을 향한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전쟁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들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을 만든다. 그리고 장의 끝에는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장면이 이어졌다. '전쟁' 속에서 총을 들고 살려달라는 아이 A와 '평화' 속에서 평범하게 사는 아이 B가 마주한다. 아이 B는 총을 든 아이 A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어른인 부모님의 부름'으로 아이 B는 아이 A를 등지고 무대에서 나간다. 이 장면을 통해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전쟁'은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고통을 무시했던 모습, 그리고 전쟁에 관심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시선을 돌려버렸던 모습을 말이다.


우리는 항상 전쟁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이유도 모른 채 외롭게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이다.


[국립극단] 기획초청 Pick크닉 열린 객석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2026) 홍보사진13.jpg

마지막 장인 <제13의아해도_나 무섭다그리오>에서는 꾹꾹 눌러왔던 내 감정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어른 강민이와 어린 강민은 서로를 마주한다. 어린 강민은 어른이 된 자신에게 다양한 것을 물어본다. '돈은 잘 벌고 있는지', '집은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자신이 생각하는 완성된 어른이기를 바라며 질문을 던지지만, 어른 강민은 그러지 못한 자신의 현실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결국 어린 강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어른이어도 여전히 무서운 게 많아."라고 말이다. 이를 들은 어린 강민은 "무서워해도 괜찮아. 그리고 달리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답한다. 서로에게 계속 "무서워"라는 대사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무서움'을 '당연함'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두 배우의 모습을 통해 나의 감정은 터져버렸다. 연극을 감상하며 눌러온 감정뿐 아니라, 그동안 어른이라는 이유로 참고 버티며 눌러온 감정이 함께 터지는 듯했다. 


[국립극단] 기획초청 Pick크닉 열린 객석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2026) 홍보사진02.jpg

달리기를 강요하는 사회, 참는 것을 강요하는 사회, '묵묵히'를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는 사회가 말하는 '어른'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무서운 것을 무섭다고 말하는 것,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 존중받는 사회, 그리고 그런 사람이 어른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말이다.


어린이가 어른을 존중하는 사회, 어른이 어린이를 존중하는 사회로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경건하_컬쳐리스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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