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지마 Dec 11. 2015

플로리다 여행, 불발 위기  

Thanksgiving Break / Nov. 20th. 15 (Fri)


1st day. 시카고 출발 - 올란도 도착 - 인터내셔널 프리미엄 아웃렛(International Premium Outlet) 구경 - 휴식 - 데이토나 비치(Daytona Beach) -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in Orlando) - 올란도 아이(Orlando Eye) - Thanksgiving day & Black Friday - 컴백 투 시카고 



   이 길고 길었던 여행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정말 하루를 이틀처럼 살면서 지냈던 우리의 여행은 처음부터 험난했다. 우리 학교는 Charleston이란 지역에 있는데, 우리가 플로리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시카고까지 가기 위해선 Charleston과 chicago 사이에 위치한 Mattoon이란 곳까지 가서 Amtrak을 타야 했다. 하지만 차는 커녕 면허도 없는 나와 내 일행은 cab(택시)를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 근데 우리가 기차를 타야 하는 시간은 새벽 5시 25분. 4시 반에는 떠나야 하는 우리가 과연 cab을 탈 수가 있을까?



   여행 직전 날까지 짐을 싸느라 2시에나 잠이 들었던 우리는 3시 반에 깨선, 전날에 미리 예약해두었던 택시에 다시 전화를 해 보았다. 근데 이건 무슨 상황일까, 대답은 이거였다.


   "This phone cannot be reached at this moment. Please leave..."


이날 전화를 하도 많이 해서 다 외울 정도다. 한국으로 따지면,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정도일까. 멘붕이 온 우리들은 차가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미친 듯이 해보았지만, 새벽 4시 40분에 전화를 받는 이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행을 망칠 수 없던 우리는 자고 있는 내 룸메에게 갔다. 정말 정말 미안하게도 자고 있는 룸메, Ash를 깨워선 부탁을 했다. 


   "I am really sorry, Ash. But could you ride...?"


차마 끝까지 말도 하지 못했으며, 친해진 이후에는 쓰지 않았던 could 형식까지 갖다 썼다. (어떤 말을 물어볼 때, 형식적인 자리거나 예의를 지키기 위해 could를 쓴다, 친한 사이에는 can을 자주 사용!) 잠에 흠뻑 빠져선 일어선 내 룸메는 대답했다.


"Sure!"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옆에 느낌표가 붙어 있는 것처럼 흔쾌히 대답하는데, 그 얼굴에 베겟자국이 너무도 선명히 박혀있어서 더 미안했다. 그렇게 거의 4시 55분이 되어서야 Mattoon으로 출발한 내 친구와 나는 차를 운전하는 룸메 옆에서 좌불안석이었다. 그렇게 기차역에 거의 다 도착 해갈  때쯤 룸메에게 네가 좋아하는 Dr. Pepper(체리맛 나는 음료수) 1000병 사다 줄게,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Amtrak 기차역

   그렇게 미안한 마음으로 룸메를 돌려보내고 우리는 그때서야 떠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우리 드디어 여행을 가는 거야!, 하면서 movie star(여행 다닐 때 쓰기 좋은 동영상 앱)로 동영상을 얼마나 찍어댔는지 모른다. 5시  20분쯤 되었을까, 기차역 내 대기실에 앉아있던 우리는 조그마한 경적 소리에 밖에 나가보았다. 하지만 워낙에 연착으로 악명이 높은 Amtrak이 이렇게 빨리 올 리가 없어, 라며 나가보았는데, 웬걸?



   정말 제 시간에 도착했다! 우리와 같이 기다렸던 아주머님과의 대화에 의하면,  그분 인생에 암트랙이 이렇게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Round trip(왕복)으로 $17을 지불한 암트랙은 생각보다 쾌적하고 좌석이 넓었다, 모든 미국의 시설이 그러하듯. 그리고 확실히 새벽 기차였던지라 불까지 모두 꺼줘서 신나게 3시간 동안 잠에 들 수 있었다. 웬만하면 무음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너무 어두워서 초점조차 맞출 수 없었다.


옆의 아이를 잘 못 그린 드로잉 in the Amtrak 

 

   전날 To go 해 온 샐러드를 먹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릴정도로 고요했던 암트랙이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고, 우리는 그렇게 근처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시카고에 도착하게 되었다 -공항에 왔던 것을 제외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여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때가 구글맵의 노예가 된 여행자들의 시작이었다. 암트랙 기차역에서 내린 후엔 전철을 타고1시간 걸려 공항을 가야 했기에 우리는 그저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거리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곳이 바람이 도시, 시카고인 건가. 찰스턴에서 온 우리가 입고 있는 것이라곤 긴팔에  항공점퍼뿐이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비니에 장갑, 부츠로 중무장하고는 거리를 거닐곤 있었다. 우리의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겨울이 다가온 것이지 칼바람이 손등에 불었다.



   어떻게 어떻게 길을 잘 물어 ventra 타는 곳까지 온 우리는 3달러를 주고 티켓을 샀다. 오는 길을 찾기 위해 한 세 사람에게 길을 물었던 것 같다. 참 다들 하나같이 친절하게 손짓 발짓으로 설명해줘서 고마웠다. 암트랙에서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틀 동안 거의 8시간 정도를 잔 우리는 1시간 가는 거리인 벤트라에서도 잠이 들고 말았다. 사실 일행은 잠에 들었지만, 나는 꽤나 들떠있었던지라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뗄 수 없는 인연의 공항에서의 맥도날드


   어째서 시카고 공항에만 오면 맥도널드를 먹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제일 만만한 것이 햄버거이긴 하다. 하지만 가격은 꽤나 만만치 않아서 많이 놀랐었다. 비행기 탑승하는 곳에 가서 꽤나 오래 기다린 후 우리는 드디어 올란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우리는 Spirit Airline을 타고 한 번 경유를 하여 올란도를 가는 것이기에 일단 아틀란타에서 한 번 머물러야 했다. 중간에 비행기가 연착돼서 늦은 것을 생각하면 이번 여행은 참 다사다난했다. 또한 스피릿 에어라인의 싼 티켓값에 속아 다른 세부적인 돈을 더 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부글부글하다.



   꽤나 미국식 답지 않게 좁은 자리에 앉아 이륙 준비를 했다. 앞좌석에 꽤나 훈훈한 외모의 관광객이 앉아있어서 꽤나 긴장한 자세로 앉아있었지만 난 또 머지않아 곯아떨어졌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틀란타이기에 비행기 창문으로 바라보는 풍경마저도 아름다웠다. 이륙하는 게 아까울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아틀란타 공항에 내려 신이 났지만, 약간 허기가 진 우리는 그 무거운 가방을 메곤 이리저리 헤매며 쉴 곳을 찾아다녔다.

 


   이곳 공항에서 발견한 가장 신기했던 자판기! 베네피트 자판기라니! 세상에 일본에서 많은 종류의 자판기를 봤었어도 이만큼 신기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내가 가장 갖고 싶어 하는 포어 프라이머도 있어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던 것도 사실이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던 우리는 가게 테이블에 앉아 잠깐의 휴식시간을 즐겼다. 그저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 음료수 한 병만 산 나는 꽤나 맛 좋은 청량감에 괜히 병까지 예뻐 보여서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은지 모른다.

 



   비행기가 연착이 되어 꽤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우리는 올란도로 향하는 마지막 비행기에 올라탔다. 흐드러지게 하늘에  수놓아진 노을에 넋을 빼놓곤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말 비행기를 타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적은 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황홀했다.



   그렇게 드디어! Finally!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이제 고생  끝!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직 숙소까지는 대중교통 버스를 1시간 30분이나 타야지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러 공항 밖으로 나오는 그 길에서 마저도 약간 헤맨 우리는 저 현란한 핑크빛 버스를 보고 얼마나 많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정말 넝마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숙소 바로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우리는 눈 앞에 펼쳐진 꽤나 현란한 광경에 우와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숙소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우리의 고생은 그곳에서조차도 끝나지 않는 것인지, 힘들게 키를 받아 방까지 온 우리는 키가 activate 되어있지 않아 다시 데스크까지 갔아와야만 했다. 정말 말 그래로 욕이 나오는 상황이 아닌, 이미 욕이 아까울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래도 황폐해진 마음을 잘 정리하곤 우리는 미리 구글 맵으로 봐 두었던 일식집으로 아주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방을 나섰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비주얼이 많이 달랐지만, 생각보다 너무도 맛있어서 밥풀을 질질 흘리고 국물을 후루룩 들이마시며 황급하게 식사를 마쳤다. 괜히 일본어로 스바라시! 오이시이! 외쳐보며  함박웃음을 짓곤 가게를 빠져나왔다.

   너무 허겁지겁 먹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많이 먹은 것인지 배가 무척 불렀던 우리는 숙소 앞에 즐비한 gift shop에 구경할 겸, 소화도 시킬 켬 들어갔다. 우리는 그저 구경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리 많은 물건들을 사서 나올 줄은 몰랐다.



   특히 티셔츠 가격이 너무도 쌌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친구들 선물로 줄 티셔츠를 사면서 느낀 것은 너무 뜬금없는 부분에 스티커가 붙어있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걸 떼 보려했던 일행의 말에 의하면 옷에 뚫린 구멍을 스티커로 막아 둔 것이었다고 한다, 이런 사기꾼들 같으니라고! 순간 열을 좀 받긴 했지만, 정말 괜찮은 가격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골랐기에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음 날 바로 다음 숙소로 옮겨야 했기에 우리는 짐 정리를 하곤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현대 식 흉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