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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Apr 14. 2016

9장_한 달 남짓의 유예기간

미국 떠나기 51일 전




    


한국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D-51 



한국 돌아갈 생각에 가슴 설렌다.



D+240


동시에 내가 보낸 240일은 어땠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는 미국에서 뭘 했으며, 무엇을 느꼈을까. 





처음엔 그저 설렜다. 아니, 두 번째 방문한 미국이라 미친 듯이 설레진 않았지만, 기대감만은 엄청났다. 매일 밤 눈을 감을 때면, 미국에서 이뤄낼 시간과 대화, 내 향상될 영어 실력을 상상했다. 허나 결국 미국도 한국과 다를 게 없다고 깨달았다. 교육, 환경, 문화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어디를 가든, 노력한 만큼 성과가 돌아온다는 불변의 진리를 말하는 거다.




    나는 미래가 불안할 때면 바쁘게 현재를 메꾼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린다. 학생 때는 내 노력을 성적표로 확인할 수 있지만, 어른이 된다면 내 최선이 꼭 백 퍼센티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태풍을 맞듯 깨닫곤 한다.


분명 백을 넣었는데 십이 나오기도 하고, 어쩔 때는 결과물을 아무리 흔들어도 아무것도 안 나오는 절망적인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동전만 먹고 튄 '걔'를 욕해야 할까, 아니면 백만 넣은 나를 탓해야 할까. 


별 수 없이 나를 탓할 때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주먹 불끈 쥐었던 각오가 결국 나를 좀먹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이 삶은 살아야 하기에, 또다시 달려본다. 언젠가는 '걔'를 욕할 당당한 나를 기다리며 또 기약 없이 달린다. 


 조바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하나하나.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어 나가는 거다. 미국에서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웠으니까. 마땅히 쓸 이야기가 없어도 일단 써 보는 거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뒤돌아 봤을 때 이 길을 멋지게 헤쳐온 발자국이 선명하리라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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