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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Oct 21. 2015

가끔은 그런 날도 있다

불안감에 눈을 뜨는 그런 날




새벽 5시 56분.

밀린 과제에 새벽 한 두시에 잠들었던 최근의 나에겐 일어날 수 없는 기상시간이었다.


평소라면 전기장판 숫자나 더 올려놓고 뜨끈하게 잠들었겠지만 뭔가 오늘은 이상하다. 따스한 온기보단 현실의 오한이 나를 덮치는 기분이었다.


가끔은 그런 날도 있다.

불안감에 눈이 저절로 떠지는 그런 날이 있다. 한국에서는 재수할 때나 느껴보았던 아주 오래된, 그리고 기분 나쁜 기상 알람이었다.


정말 일상이 너무도 평화로운 미국에서 뼛속 한국인인 나는 가끔 눈을 맑게 뜨곤 침대에 누워 자문하곤 했다.


너 인생이 왜 이리 편하니 요즘?



바쁘게, 그리고 빈 틈 없이 사는 것,

그런 것이 삶의 미덕이라 여겼던 나에게

이곳의 여유로움은 설탕에 프림 듬뿍 넣은 믹스 커피 같다. 사람을 노곤하게 만들어 볼록한 뱃살을 만드는 그런 망상 같았다.


하지만 마법의 효과도 새벽 찬 공기에 날아간 것일까. 잠 기운이 사라진 나는 며칠 전 생긴 습관처럼 메일을 켜보았다.


'한국은 지금 토요일인데.'


그리도 싶은 마음에 엽서 아이콘을 클릭 해본다.


'메일 7'


어제 그리도 메일 갯수를 기억해둔다며 머릿 속에 박아두었던 숫자는 어디로 간 것인지, 새 메일이 왔는지 아닌 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brunch]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입..."


메일이 왔다.

세상에나, 토요일날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바보같은 경이로움 뒤에는 주저하는 손가락만이 남아있었다.


왜 항상 합격/불합격 통지서는 제목으로 내가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알 수 없게 하여

사람 마음을 졸이는 걸까.

그리고 난 왜 불합격을 한 것일까.

언제나 그렇듯 답은 나 혼자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베타 서비스의 정의를 찾아보고

브런치 앱을 깔고 티스토리로 다시 돌아갈 각오를 한 나에게, 고맙게도 나의 불합격 이유를 알려주는 단서 하나를 찾아냈다.


"베타 서비스 동안에는 글 활동을 열심히 해주신..."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왕성한 활동이라는 키워드는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통지서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난 달랑 글 하나 저장해 두곤 무엇을 바라고 있던 것일까. 그 놈의 완벽주의는 어디에 갖다버리고 배짱만을 옹졸하게 움켜주고 있던 것일까.


침대에서 벗어나 브런치에 내 기분을 아로새겨 나가는데 '작가 신청'이란 아이콘이 눈에 아른거린다.


다시 한 번 눌러본다.


"재신청하기"


이보다 설렐 수 있을까.

새로운 기회가 눈 앞에 놓인다.

조그마한 파란 불꽃이 가슴을 밝힌다.


다시 정신 차리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도전해 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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